“단일공 로봇수술”…고대구로, 폐암수술 통증 낮추고 회복 앞당겨
단일공 로봇 폐암수술이 기존 다공 로봇수술을 대체할 차세대 표준 술식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절개 부위를 4센티미터 한 곳으로 줄인 단일공 방식이 수술 시간 단축과 통증 감소, 폐 기능 회복 속도 측면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암 치료의 핵심 지표인 생존율에서는 두 술식 간 차이가 없어, 최소 침습성과 종양학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로봇 수술 플랫폼 경쟁 구도 속에서 단일공 전용 시스템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현구, 이준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비소세포폐암으로 로봇 폐엽 절제술을 받은 환자 339명을 대상으로 단일공 로봇수술과 다공 로봇수술의 임상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두 로봇 술식을 직접 맞대 비교한 후향적 성향 점수 매칭 연구로, 연령과 기저 질환, 폐 기능 등 주요 임상 변수를 비슷하게 맞춘 뒤 단일공 수술 112명, 다공 수술 112명을 선별해 분석했다.

단일공 로봇 폐엽 절제술은 배 아래쪽 갈비뼈 밑에 약 4센티미터 정도의 절개 한 곳만 내고, 이 통로로 카메라와 로봇 수술 기구를 모두 투입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존 다공 로봇수술은 옆구리 갈비뼈 사이에 2개에서 3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각 포트에 로봇 팔과 카메라를 나눠 삽입한다. 두 수술법 모두 흉곽을 크게 여는 개흉술과 비교해 최소 침습 수술로 분류되지만, 포트 수와 접근 경로에서 차이를 보인다.
연구 결과 단일공 로봇수술의 수술 시간이 다공 방식보다 유의하게 짧게 나타났다. 전체 수술 시간은 평균 18분 안팎, 실제 로봇 조작 시간은 약 23분가량 더 짧았다. 동일한 폐엽 절제술을 시행하면서도 로봇 팔 간 간섭이 적고 시야가 안정적이어서, 해부와 절제, 림프절 박리 과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수술실 점유 시간 감소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로봇 수술 비용 구조 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통증 감소 효과는 환자 체감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이었다. 단일공 수술은 갈비뼈 아래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이용해 늑간 신경을 피해 들어가는 구조로 설계돼, 기존처럼 촘촘한 갈비뼈 사이를 여러 포트로 관통하는 방식보다 신경 자극을 줄였다. 통증 점수 비교에서 단일공 수술군은 수술 당일부터 3일째까지 모든 시점에서 다공 수술군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초기 회복기 통증이 줄어들수록 조기 보행과 심호흡, 기침 운동 참여가 늘어나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 기간 단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폐 기능 회복 속도에서도 단일공 수술이 우위를 보였다. 수술 후 1개월, 3개월, 6개월 시점에 시행한 폐 기능 검사에서, 단일공 수술 환자들의 폐 기능 회복률이 다공 수술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갈비뼈 사이 근육과 신경 손상이 적고 흉벽 통증이 덜해 환자들이 심호흡과 호흡 재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술 직후부터 6개월까지 이어지는 기능 회복 곡선을 비교했을 때, 단일공 수술군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 중단기 회복 과정에서의 체력과 활동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암 치료 효과 측면에서는 안전성이 확보됐다. 연구팀은 두 술식에 대해 3년 전체 생존율과 무재발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종양학적으로 동등한 결과를 유지하면서도 수술 후 통증 감소와 폐 기능 회복 속도 향상이라는 환자 중심 지표에서 이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이 기능 보존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최신 폐암 치료 패러다임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진 입장에서의 학습 효율도 주목할 만한 결과로 제시됐다. 연구팀이 수술 건수에 따른 수술 시간과 합병증 발생률 변화를 분석한 이른바 학습 곡선을 비교한 결과, 단일공 로봇수술이 다공 수술보다 더 적은 증례에서 숙련 단계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공 전용 플랫폼이 로봇 팔 배치를 최적화해 기구 간 충돌을 줄이고,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같은 포트를 통해 들어가는 구조를 표준화함으로써 술기의 재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신규 센터나 젊은 흉부외과 의사들이 로봇 폐암 수술을 습득하는 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폐암 수술 분야에서는 내시경 단일공 수술과 로봇 수술이 각각 발전해 왔지만, 단일공과 다공 로봇 술식을 정량적으로 비교한 데이터는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향적 성향 점수 매칭 기법을 활용해 두 집단 간 기저 특성을 보정함으로써, 단일공 로봇수술의 장점을 보다 신뢰도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제 학계 주목을 받는다. 특히 로봇 폐엽 절제술이 고난도 술식으로 분류되는 만큼, 통증과 폐 기능, 생존율, 학습 곡선 등 여러 지표를 동시에 제시했다는 점이 의미를 더한다.
국제적으로도 로봇 수술 플랫폼 업체들은 단일공 전용 시스템과 다공 시스템을 병행 개발하고 있으며, 흉부외과뿐 아니라 비뇨기과,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폐암 분야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의 우월성이 임상적으로 입증될 경우, 글로벌 장비 시장과 술식 표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고령 환자와 기저 폐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은 폐암 특성상, 수술 후 빠른 기능 회복과 합병증 감소가 병원 선택과 수술 방식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로봇 폐암 수술은 아직 고가 장비와 인력, 수술 시간이 반영된 수가 체계 한계 등으로 인해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상황이다. 단일공 로봇수술이 표준 술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임상 근거 축적과 더불어 비용 효율성, 보험 제도, 전문 인력 양성 등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술 결과가 개선되더라도 실제 환자가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산업적 파급력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이번 연구는 외과학 분야 상위 1퍼센트 국제 저명 학술지로 분류되는 국제 외과학 저널에 폐암에서의 늑골하 단일공과 늑간 다공 로봇 폐엽 절제술을 비교한 후향적 성향 점수 매칭 코호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준희 교수는 세계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의 임상적 장점을 체계적으로 입증했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새로운 수술 옵션이자 폐암 수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구 교수는 단일공 로봇 플랫폼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시야와 기구 간섭 최소화를 꼽으며, 수술 시간 단축과 빠른 술기 습득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국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 중 하나로, 조기 진단 확산과 함께 수술 적응증을 가진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소 침습과 기능 보존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단일공 로봇수술이 갖는 통증 감소와 회복 속도, 학습 효율성 강점이 향후 어떤 속도로 보급될지에 따라, 로봇 수술 장비 시장과 흉부외과 진료 패턴도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이번 연구로 제시된 근거가 실제 보험 제도와 수술 선택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