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회생절차 두고 갈등…폐지 추진에 법정 공방 예고
제약 바이오 업계의 재무 리스크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동성제약 이사회가 절차 폐지를 공식 추진하면서, 이미 선임된 공동관리인 측과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제약사의 존속 가치와 채권자 보호, 기존 인가전 인수합병 전략 사이에서 법원의 판단과 이해관계자 조정이 향후 산업 전반의 회생 사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성제약은 20일 공시를 통해 회생절차 폐지 또는 중단 신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회생절차 폐지 추진 승인 안건을 상정했고, 재적 이사 7명 가운데 4명이 출석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 관련 신청을 준비하고, 소명자료와 의견서 제출 등 일련의 법률 행위를 회사 명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사회 결의에는 관련 법률행위를 대표이사에게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영진이 법원 관리 체계 밖에서 사업 정상화를 서두르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약사는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유지와 생산설비 가동률 확보가 곧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회생 절차 장기화가 사업 신뢰도와 파트너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회생절차의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공동관리인 측은 회사의 이 같은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다. 회사에 따르면 나원균 전 대표와 김인수 공동관리인은 이사회가 의결한 회생절차 폐지 추진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두 사람은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관리 체계에 따라 인가전 인수합병을 포함한 기존 회생계획 수립 프로세스를 그대로 밟겠다는 방향이다.
동성제약은 지난 6월 23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관리인 선임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와 제74조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 이후 회사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한 관리와 처분 권한은 전속적으로 관리인에게 귀속된다. 법률상으로는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회생절차 폐지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결과적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동관리인 측은 법원이 허가한 절차에 맞춰 인가전 M&A를 추진하고, 이후 회생계획안 제출과 관계인집회를 포함한 통상적인 회생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가전 M&A는 회생계획 인가 전에 신규 투자자나 인수자를 확보해 재무구조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제약 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과 생산 인프라를 통째로 승계할 수 있어 글로벌 전략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모두가 주목하는 구조로 꼽힌다.
이번 사안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바이오 제약 기업의 지배구조와 이해관계 정렬 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관리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법정 관리 체계 속에서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가 사업 연속성과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해 별도의 경영 행보를 시도할 때,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법원 판단이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동성제약 사례가 향후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회생 전략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인가전 M&A 중심의 정공법을 유지할지, 채무 조정과 자구 노력을 앞세운 조기 회생 종료를 선택할지에 따라 연구개발 인력 유출, 파트너사 계약 유지, 라이선스 계약 안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동성제약 이사회와 공동관리인 간 충돌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그리고 법원이 회생절차의 궤도를 어떻게 설정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