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제로 노점 음식 폐기”…덴버, 식품안전 단속 방식 논란 확산
표백제가 담긴 대형 용기가 노점 음식 통을 향해 기울여진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한복판에서 촬영된 이 장면이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며, 공중보건을 내세운 식품안전 단속 방식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식중독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강력한 위생 관리가 강조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표백제를 직접 붓는 과감한 조치가 안전 확보인지 과잉 대응인지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취약한 소규모 음식 판매 생태계에 불균형적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의 출발점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이다. 덴버 공중보건환경국 소속 식품안전 검사관 2명이 길거리 타코 노점인 타코 타콜로라도 앞에서 음식 재료가 담긴 통에 표백제를 붓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해당 영상은 19일 현지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지역 커뮤니티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댓글창에는 무허가 노점을 단속하는 방식이 시민 건강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 범위 안에 있는지 묻는 반응이 이어졌다.

덴버 공중보건환경국은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기관 대변인 앰버 캠벨은 반복적인 규정 위반과 현장 이탈로 인해 위험 식품을 확보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에 따르면 해당 노점은 이전 점검 당시에도 검사관이 도착하자 자리를 떠 압수와 폐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점검에서는 오염이 의심되는 재료를 잠금 장치가 있는 트럭에 싣고 이동하려 했다. 공중보건환경국은 이러한 점을 종합해 현장에서 즉시 재포장과 재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표백제 살포는 살균과 동시에 식용 불가능 상태를 만드는 수단이다. 음식 통에 표백제를 붓는 방식은 해당 식품이 다시 유통 체계로 편입될 여지를 사실상 원천 차단한다. 공중보건 측면에서는 식중독 원인균과 병원성 세균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노린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상온에서 조리·보관되는 길거리 음식 특성상, 단속 과정에서 과량의 화학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가시적인 파괴 행위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교육·계도 중심의 현대적 식품안전 관리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점 측 반발도 거세다. 가게에서 일하는 가르시아 바리엔토스는 검사관들이 현장에 나타났을 때 신분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는 배지나 신분증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이전 위반에 대한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온라인에 게시된 사진에서는 검사관들이 기관 배지를 착용한 정황이 확인돼, 단속 과정에서의 소통과 안내 수준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덴버 공중보건환경국은 무허가 음식 판매가 시민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라이선스 없이 운영되는 노점은 냉장·보관 설비, 조리 도구 위생, 원재료 관리 등에서 제도권 식품 위생 규정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감염병 발생 시 역학 조사를 위한 추적도 어렵다. 당국은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세금과 규제 준수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무허가 영업이 확산되면 시장 내 공정경쟁도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인허가를 받은 판매업자들은 허가 비용과 정기 점검 의무를 지키지 않는 노점 확산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시대 공중보건 정책 집행 방식이 어떻게 사회적 검증을 받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현장 단속이 폐쇄적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시민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이 즉시 공유되면서 단속의 수단과 절차까지 공론장에 오른다. 강경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중보건 관점과 생계형 소규모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점이 맞부딪히는 구조다. 일부 보건 정책 전문가들은 반복 위반자에 대한 행정 제재 강화와 함께, 초기 단계에서 위생 교육과 합법 영업 전환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덴버 시는 최근 몇 년간 식품 매개 질환 예방을 위해 노점과 푸드트럭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위생 기준을 지속적으로 상향해 왔다. 동시에 영세 판매자의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간소화된 허가 절차도 도입했지만, 제도권 밖에서 영업하는 무허가 노점은 여전히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비공식 경제 활동이 늘어난 상황에서, 지나친 강경책은 취약 계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규정을 지키는 사업자에게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는 봐주기 단속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반된 목소리가 함께 제기된다.
업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안전 단속 과정의 투명성과 표준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전 경고와 충분한 고지, 신분 확인 절차, 증거 수집 방식 등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물리적 폐기를 선택하더라도 과도한 장면 연출로 비칠 수 있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덴버 공중보건환경국 내부에서도 현행 매뉴얼과 현장 적용 간 괴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논란은 무허가 길거리 음식에 대한 위생 규제를 둘러싸고, 공중보건과 생계, 공정경쟁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셈이다. 영상 한 편이 촉발한 논쟁이 향후 미국 지방정부의 식품안전 단속 기준과 교육 중심 정책 전환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산업계와 시민사회 모두의 시선이 덴버에 쏠리고 있다. 산업계는 공중보건 목표를 지키면서도 현장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이 제도화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