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통학 어려운데도 학교용지 결정"…감사원, 인천시 개발특혜 지적
교육 관련 개발 특혜 의혹과 행정 부실을 둘러싸고 감사원과 지자체, 교육청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감사원이 대규모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의 학교용지 결정과 학교용지부담금 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특혜성 조치와 부당 면제, 자부담 전가 사례가 연이어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20일 학교신설 등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내놓고, 인천광역시가 실제 통학이 어려운 부지를 학교용지로 결정해 개발사업자에 특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5년부터 1665세대 규모 공동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9년 2월 사업 부지 인근 양묘장 일대를 도시계획시설상 학교 용지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천광역시교육청은 통학 거리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교육청은 해당 부지가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이 어렵고 거리가 멀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지만, 인천시는 사업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학교설립 예정지로 확정하고 고시까지 진행했다.
이후 교육부는 중앙투자심사에서 이 부지가 학교 설립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앙투자심사는 교육부가 학교 신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로, 이 단계에서 교육부는 인천시가 지정한 양묘장 부지를 학교용지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사이 공동주택 개발사업자는 학교용지에 해당하는 면적만큼을 추가로 개발사업에 활용하게 됐고, 그만큼의 개발 이익을 얻게 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반면 학교 설립이 무산되면서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입주민 자녀들은 인근 학교로의 원거리 통학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감사원은 인천시에 대해 앞으로 도시계획시설 인가 업무를 보다 엄정하게 수행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개발사업자에 특혜를 준 것으로 판단되는 인천시 소속 직원 4명에 대해서는 엄중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감사원 조치에 따라 인천시는 징계 수위와 후속 인사 절차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사 결과는 수도권 다른 지역의 교육청과 지자체에도 불똥을 튀겼다. 감사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서초교육지원청에 대해서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자의 의무 불이행을 방치해 재정 부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초교육지원청 관할 한 재건축 사업에서는 사업 승인 조건으로 교실 증축이 부과됐지만, 정비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초교육지원청은 사업자의 의무 불이행을 장기간 시정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개발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교실 증축 비용 등 약 57억 원이 서초교육지원청 자체 부담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개발 이익을 거둔 사업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해 결과적으로 교육재정을 잠식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안양시의 사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양시 학교용지부담금 업무 담당자 등은 재개발사업 조합들이 추진한 학교 리모델링 공사를 기부채납으로 잘못 인식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 처리했다. 학교 리모델링은 본래 학교용지부담금 감면 사유가 아님에도, 담당자들이 규정을 잘못 해석해 부담금 납부 의무를 면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조합들이 부담했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 총 51억 원이 부당 면제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안해 학교 설립 또는 증축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인데, 안양시의 잘못된 판단으로 공공 재원이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인천시, 서초교육지원청, 안양시 등 관련 기관에 대해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향후 업무를 철저히 수행하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관계 공무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교육 인프라 확충과 개발사업 간 이해 충돌을 관리할 제도 보완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국회는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지자체를 상대로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감사원 지적 사항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