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안은 카페와 사찰”…김제, 느린 여유가 여행의 풍경이 된다
요즘 김제에서는 여유를 찾는 여행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때는 단순한 들판의 도시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사찰의 고요와 전망 좋은 카페의 포근함이 섞인 ‘쉼의 공간’이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
전라북도 김제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백제의 숨결이 깃든 금산사,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로드 카페들로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10월 중순의 김제는 구름이 많은 하늘 아래, 체감 온도 21.5°C의 포근함이 감돈다. 습도가 높아 공기가 촉촉하고, 잔잔히 부는 북동풍은 가을의 기운을 더한다. 현지 주민들은 “이맘때 김제는 느린 휴식과 가을 냄새가 가득하다”고 느꼈다.

가장 먼저 금산면 금산리의 금산사가 여행자들의 첫 목적지다. 산사에 들어서면, 유구한 미륵전과 함께 통일신라 시대를 품은 전각들이 나그네의 마음을 조용히 멈춘다. 산길을 내려서면 금산사 입구 근처, 6,000평의 너른 잔디와 펼쳐진 모악산을 마주한 베이커리 카페 ‘헤이그라운드’가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갓 구운 빵 내음과 고소하거나 산미 있는 커피를 즐기는 인증샷이 SNS를 채운다. 정원 뒤편에는 계절마다 수국과 핑크뮬리가 환하게 피어나고, 봄에는 벚꽃길, 가을엔 감 감도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김제 평야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벽골제에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유적과 더불어 체험 프로그램을 즐긴다. 넓은 들녘에 아이들 웃음 소리가 퍼지면, ‘여기가 진짜 한국 농경의 고향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법하다. 꽃이 흐르는 카페 ‘오늘여기’는 유럽수국이나 데이지, 꽃마다 어울리는 포토 스팟으로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한쪽엔 방송 촬영지 안내 표지판도 눈에 띈다.
최근 카페 투어 열풍에 김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율저수지를 내려다보는 ‘대율담’ 카페는 가족 모임이나 연인 데이트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엘리베이터·수유실 등을 갖추어 다층적 방문객 배려가 돋보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주말마다 김제를 찾는 SNS 여행 콘텐츠가 증가했고, “김제 카페 추천”이란 온라인 커뮤니티 질문도 늘었다. 한 여행 트렌드 전문가는 “과거의 김제가 ‘유적지 관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먹고 쉬고 셀프 인증하는 라이프스타일 여행으로 이동 중”이라며 “자연과 힐링, 나만의 속도를 중시하는 흐름”이라 분석했다.
방문객들은 “사찰 산책 후 잔디에서 햇빛 쬐며 커피 한 잔 들이키던 시간이 꿈처럼 남았다”, “꽃으로 가득한 카페에서 잠시 걱정을 내려놓았다”고 소셜미디어에 감상을 전했다. 이에 공감한 이들은 “요즘엔 빡빡한 일정보다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게 행복”이라고도 했다.
작고 사소하지만 이런 여행의 선택들이 우리 삶의 리듬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김제의 가을은 스쳐가는 풍경이 아닌, 잠시 멈춰 쉬어가는 마음의 계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