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안전관리 모범사례 부상”…현대차·기아, 실험실 인증 확대→R&D 경쟁력 제고
현대차·기아가 연구개발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현대차·기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에서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이 안전관리 최우수연구실로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전해질막개발실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연구실 타이틀을 거머쥔 데 더해, 올해에만 총 10개 연구실이 우수연구실 인증을 획득하며 대규모 연구조직 전반에 걸친 안전역량을 과시했다.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인증제는 국내 과학기술 연구실의 자율적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타 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모델을 발굴해 확산하기 위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실 조직문화, 위험요인 관리, 비상 대응체계, 안전 교육 이행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 연구실을 가려내기 때문에, 인증 결과는 해당 기관의 연구 환경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고전압 전기장치와 수소 연료, 고온·고압 시스템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공존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의 연구실 안전관리 수준은 곧 품질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우수연구실로 선정된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 상용차는 물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까지 한 공간에서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복합 환경 실차 시험 시설로 알려져 있다. 고성능 풍동 설비를 기반으로 혹한과 혹서, 강풍, 집중호우에 이르는 다양한 기상 조건을 재현하며, 실도로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정밀하게 모사해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고출력 구동계와 대용량 배터리, 수소 저장시스템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량 반출 프로세스를 세분화하고, 실시간 계측 데이터를 연계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는 등 안전 설계를 설비 구조 전반에 반영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용환경풍동실에는 극한 환경 주행 시험 중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전용 반출 동선과 차단 구역이 마련돼 있으며, 다중 소방 안전 설비가 적용돼 화재 감지에서 진압, 환기까지를 일련의 프로세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고 전해졌다. 시험 중 발생하는 각종 온도·압력·전류·가스 농도 데이터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통합 수집돼, 이상 징후를 조기에 식별하고 시험 조건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시간 감시 기반의 안전관리 체계가 향후 전기 상용차와 수소 상용차 개발 속도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화재와 폭발 등 중대 사고를 예방하는 선제적 방어선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올해만 10개 연구실에 우수연구실 인증을 확보한 사실도 의미가 크다. 연구개발 전 영역에서 안전 관련 표준을 통일하고 우수사례를 수평 전개하는 과정이 가속화되면, 첨단 소재와 차세대 파워트레인,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분야에 이르는 다층적 연구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실 안전관리 수준이 향상될수록 실험 데이터의 신뢰도와 재현성이 높아지고, 인력 이탈과 작업 중단을 초래하는 사고 리스크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R&D 경쟁력으로 환원된다는 것이 산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현대차·기아 상용LCM담당 박상현 부사장은 현대차·기아가 구축해 온 최고 수준의 안전 시스템뿐 아니라 연구원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결합된 결과로 이번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연구현장 곳곳에서 안전관리가 철저한 연구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우수사례를 조직 전반에 공유하는 활동을 강화해 안전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와 수소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연구실 안전관리 수준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업이 향후 고위험·고난도 기술개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연속된 최우수연구실 선정이 국내 자동차 R&D 생태계 전반으로 안전 중심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