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나기 피하기식 처신” 논란…물의 빚은 민주당 전주시의원 9명, 뒤늦은 셀프 징계 요청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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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자기 감시 기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각종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의원 9명이 뒤늦게 스스로 징계를 요청하면서, 시민사회는 환영보다 ‘소나기 피하기식’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주시의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권고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주시의원 9명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징계 청원 사실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저희의 의정활동 과정에서 시민들께 우려와 실망을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책임을 유보하거나 판단을 미루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스스로 의회에 징계 청원을 제출했다”며 “그간 절차를 존중하며 의회 내 판단을 기다려왔지만, 시민 눈높이와 정서에 다다르지 못하는 시간의 지연이 오히려 신뢰를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 청원은 어떠한 회피도, 해석도 없이 오로지 공직자로서의 반성과 책임의 표시이며 그 판단과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시민들의 비판과 꾸짖음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입장문에는 김동헌, 최용철, 김성규, 이기동, 이남숙, 이국, 최명권, 전윤미, 장재희 시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7명은 지난 3월 대통령 탄핵 정국과 전국적인 산불 피해가 이어지던 시기에 관광성 연수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다.

 

나머지 2명도 별도의 논란에 휘말렸다. 한 시의원은 노인회 전주시지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지역구 주민들에게 보내 선거 개입 의혹을 샀다. 또 다른 시의원은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자신의 가족과 지인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으며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징계 청원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차를 두고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전주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8월 해당 의원들을 윤리특위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세 달 넘게 당사자들의 별도 입장 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없이 시간을 끌던 의원들이 내달 4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징계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입장을 바꿨다는 점이 논란의 배경이 됐다.

 

시민사회와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는 비판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시민단체와 진보당 등은 최근 “전주시의회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잇달아 성토하며 윤리특위의 신속한 징계 의결을 촉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는 의회 앞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성 연수 전말과 예산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전면 조사도 요구했다.

 

이 같은 압박 속에 나온 ‘셀프 징계’ 카드가 진정성 있는 자성이기보다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징계 수위가 낮게 결정되거나, 당내 후속 조치가 약하게 그칠 경우 사실상 면죄부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다. 

 

전주시의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시의회 관계자는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은 절차에 따라 징계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어 해당 의원들이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과 징계를 달게 받겠다는 자성의 의미로 입장문을 냈다”고 해명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징계 수위와 절차 투명성이 전북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고 있다. 지방의회 전반의 도덕성 논란으로 확산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불신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다수 의석을 점한 전주시의회에서의 ‘제 식구 감싸기’ 인식이 굳어질 경우 내년 총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정된 절차에 따라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내달 4일 전주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시민사회는 징계 강도와 표결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주시의회는 이날 이후 윤리특위 논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며, 지역 정치권은 징계 결과를 두고 또 한 차례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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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전주시의원#전주시의회#시민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