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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성공 가능성 매우 높았다"…이재명 대통령, 정의로운 통합 앞세워 내란 단죄 재확인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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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내란과 국민통합의 기준을 둘러싼 물음이 다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내란 단죄와 통합 원칙을 정면으로 제시하면서 여야 간 새로운 쟁점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특별 성명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되돌아보며 국가 정상화의 핵심 키워드로 정의로운 통합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의 진상규명,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단죄를 내세웠다. 그는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내란 세력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히 세운 뒤에야 온전한 국민통합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정의로운 통합의 개념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봉합이 아닌 통합을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함께 가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개를 훔치던 도둑에게 통합의 명분으로 50개씩만 훔치라고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라며 "정의로운 통합이란 정의와 상식에 기반해, 법률과 도덕에 기반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책임 추궁이 무한 처벌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가담자들을 가혹하게 끝까지 엄벌하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깊이 반성하고 재발의 여지가 없다면 용서하고 화합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되, 반성과 재발 방지 의지가 확인될 경우 정치·사회적 통합의 장을 열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의 성격을 치명적인 정치적 질병에 비유하며 처리 과정의 장기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만약 감기 같은 사소한 질병을 1년씩 치료하고 있다면 그건 무능한 것이겠지만,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고 법과 질서 위에 군인의 폭력으로 나라를 지배하고자 시도했고, 그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나라의 근본에 관한 이 문제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당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상황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생각해보라. 12월 3일 밤 수없이 많은 우연이 겹쳐 계엄을 저지했다"며 "정말 우연스러워 보이던 단 한 가지만 틀어졌더라도 계엄이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혹여 국회로 향하는 헬기의 상공 진입을 조기에 허용했다면, 파견된 계엄군 중에 단 한 사람이 개머리판이라도 휘둘렀다면, 실탄이라도 지급했다면, 하나의 우연만 비켜 나갔어도 대한민국은 지옥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이것을 국민의 치열한 힘으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는 이런 위험을 후대들이 겪게 해선 안 된다"며 "조금 길고 지치더라도 치료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헌정 위기로 규정하며, 제도적 재발 방지 장치 마련까지 포함하는 장기 과제를 예고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정권에서 추진된 적폐 청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내란 단죄와 과거 청산은 차원이 다르다"며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일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보복 논란과 선긋기를 시도하면서도, 계엄 책임 규명은 현행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는 논리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추가 특검 논의에 대해선 신중한 긍정 신호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일각에서 거론 중인 추가 특검 요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회가 적절히 잘 판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실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를 밝혔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이전에 군이 먼저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도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우리 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현재 내란특검이 끝나더라도 이 상태로 덮고 넘어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나마나 또 특별수사본부든 뭐든 꾸려서 계속 수사해야 할 텐데, 그것을 과연 이 정부가 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깔끔하게 빨리 잘 끝내야 하는데 수술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수사 주체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비교적 독립성이 인정되는 특검 체제를 통해 남은 의혹을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이날 특별 성명으로 계엄 사태 단죄와 정의로운 통합 원칙이 다시 정치 전면에 떠오른 만큼, 국회 역시 특검 연장이나 추가 특검 도입, 제도 개선 패키지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는 내란 책임의 범위와 수사 방식, 통합의 조건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계엄 사태 재발 방지 입법과 특검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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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비상계엄사태#추가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