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기상 변수 속 이송 강행으로 실전 운용 시험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기상 변수 속에서도 발사대 이송을 시작하며 실전 운용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국가 우주 발사체의 반복 발사와 운영 안정성 검증은 향후 위성 통신, 지구 관측, 우주과학 임무의 자립도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 구축 과정으로 평가된다. 업계와 연구계에서는 이번 발사 준비가 한국형 발사체 상용 운용 체계 전환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오전 9시부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대 이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된 이송 시각은 오전 7시 20분이었으나, 현지 강수 예보가 반영되면서 일정이 조정됐다. 발사 준비위원회는 오전 8시 30분 회의를 거쳐 기상 상황과 기술적 준비 상태를 점검한 뒤, 오전 9시 이송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누리호는 무인 특수이동 차량인 트랜스포터에 탑재돼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이동한다. 두 지점 간 거리는 약 1.8km로, 발사체 구조 특성상 작은 진동과 충격도 비행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속 1.5km 수준의 극저속으로 운반된다. 이송에는 약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대에 도착한 이후에는 기립 준비 절차가 이어진다. 먼저 발사체 하부와 발사대 고정 장치 정렬, 유도 장비 점검 등 기립 전 확인 작업이 수행된 뒤, 누리호를 수직으로 세우는 기립 과정이 진행된다. 기립 완료 후에는 전원 공급과 통신 계통 연결, 추진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칼 연결 등 발사대와의 인터페이스 점검이 이어진다.
엄빌리칼은 발사 직전까지 발사체에 전력, 연료, 산화제, 계측 신호 등을 공급하는 핵심 장치로, 연결 상태와 기밀 유지 여부가 발사 성공률에 직결된다. 항우연은 이날 오후 누리호에 전원 및 추진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칼 연결과 기밀 점검, 계측 신호 확인 등 종합 발사 준비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발사대 이송과 기립, 엄빌리칼 연결까지 전 과정에서 구조적 이상이나 계측 신호 오류가 없을 경우, 누리호 발사대 설치 작업은 오늘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기상 조건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강풍, 강수, 낙뢰 가능성 등은 이송과 기립, 엄빌리칼 연결 타이밍뿐 아니라 발사 당일의 추진제 충전과 점화 시점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당국은 작업 중 기상 악화 시 일부 절차를 연기하거나 내일 오전으로 이월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예정된 공정이 모두 완료되지 않더라도 추가 작업을 통해 발사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주항공청은 내일 오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추진제 충전 여부를 최종 심의할 계획이다. 발사관리위원회는 발사체 기술적 준비 상황과 발사 윈도우, 고도별 바람과 구름량을 포함한 기상 정보, 우주물체와의 궤도 충돌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발사 시각을 확정하게 된다. 특히 저궤도 위성, 우주 잔해와의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공역 관리 기준에 맞춘 궤도 교통 분석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는 지난 발사를 통해 3단 액체 발사체 구조와 다단 분리, 궤도 투입 능력, 위성 탑재 운용 등의 핵심 기술을 이미 검증한 상태다. 이번 발사 준비 과정은 누리호 체계의 정례 운용 능력과 일정 준수 역량, 기상 변수 대응 체계 등 운용 측면의 성숙도를 점검하는 절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반복 발사 경험이 축적될수록 발사 비용 절감과 일정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국내 위성 개발 기업과 관련 부품 공급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우주 분야 연구자는 누리호의 발사대 이송과 발사 준비에 대해 한국형 발사체가 단발 성공을 넘어, 안정적인 발사 서비스 체계를 갖춰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며, 상용 운용 수준에 근접할수록 우주 통신, 지구 관측, 국방·안보 분야까지 파급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번 누리호 발사가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발사 운용 체계의 신뢰성을 입증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