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강제 개방하라”…구글, 에픽게임즈 항소심 패소로 생태계 변화 시동
구글이 에픽게임즈와의 반독점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제9순회항소법원은 5월 31일(현지 시간) 구글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외부 앱마켓과 대체 결제 시스템 도입을 강제하는 첫 판례를 남겼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글로벌 앱 생태계 판도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며,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독점’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2심 판결로 구글은 구글 플레이 앱마켓에 에픽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록을 허용해야 하며, 인앱 결제 외부 대안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구글은 인앱 결제를 적용하는 개발자에게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해왔으나, 외부 결제 도입이 의무화될 경우 중요한 매출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플레이 매출이 약 467억 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구글 플레이 구조는 플랫폼 운영사(구글)만이 결제와 콘텐츠 유통의 주된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모바일 생태계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짚고 있다. 앱마켓 내 독점적 결제·유통 시스템은 개발사 선택권 약화와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실제로 에픽게임즈 측은 2020년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인앱 결제 의무화와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 퇴출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주장했다.
앱마켓 독점 관련 반독점 규제 이슈는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애플도 유사 소송 및 규제 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EU는 2024년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을 계기로 앱마켓 선택권 확대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애플 등 플랫폼 기업들은 개발자, 소비자 권익과 플랫폼 수익 구조를 두고 새로운 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로 미국 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는 단일 플랫폼 독점이 아닌 ‘앱마켓 플러스 결제’ 복수 선택 구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안드로이드용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시가 가시화됐다”며 개발자, 소비자,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급을 예고했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글로벌 앱마켓 산업 구조가 또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앱마켓·플랫폼 경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실제 개발자 수익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까지 이어질지, 정책·제도와 산업 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적·법적 변화가 시장에 얼마나 신속히, 안정적으로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