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약가 인하 서한”…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미국 기회 확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이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경쟁 환경을 바꾸고 있다. 셀트리온은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제약사에 전달한 약가 인하 서한이 바이오시밀러, 즉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의 현지 처방을 확대하는 ‘기회의 창’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관련 업계는 본 조치를 미국 약가 경쟁 구도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발단은 지난 3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제약사 17곳에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서한을 공식 발송한 것이다. 이 서한은 5월에 발표된 약가 인하 행정 명령의 후속 조치로, ▲최혜국 약가 메디케이드(Medicaid) 적용 ▲신약 출시 시 최저가 보장 ▲해외 수익의 미국 환자·납세자 환원 ▲최혜국 기준 직접 구매 제공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60일 이내 조치 이행을 압박하고 있어 제약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트럼프 정부 정책은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기존 의약품의 대안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최혜국 약가 정책 시행 시 병원 등 주요 처방집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직접 경쟁 시장이 열리는 만큼, 기존보다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침투율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약가 부담 완화와 혁신의약품 접근성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맞닿아 있어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시장 재편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로 미국 보건의료 시스템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시밀러 진입 시 보험 적용 및 유통 구조가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다.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처방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미국 외 지역 매출과의 가격 연동 정책, 해외 수익 환원 압박 등 비용 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면, 셀트리온은 “2년치 재고 물량 현지 적재, 미국 내 위탁생산(CMO) 계약,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으로 관세·공급망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생산·유통 전반에서 미국 진출 교두보를 확대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메디케이드·민간보험 시장 등도 바이오시밀러 우선 채택 정책 검토에 나서면서 선진국 중심의 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FDA의 약가 기준 정책 변화, 관세·현지생산 규제 적용 등 제도적 환경의 변화가 실제 시장 확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규제·지불 구조 개편이 글로벌 바이오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 변화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