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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3억불 수출탑 수상…미국 면역제제 성장 가속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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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가 혈액제제와 백신을 앞세워 수출 성장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안착과 국제 조달 백신 점유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국내 전통 제약사의 글로벌 매출 구조가 한 단계 전환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을 거점으로 한 북미 바이오의약품 사업 확대가 국내 혈액제제 산업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GC녹십자는 지난 4일 열린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수출의 탑은 해당 연도의 수출 실적 구간별로 수여되는 상으로, 올해 시상은 작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년간의 수출액을 기준으로 했다. 이 기간 GC녹십자는 전년 대비 37퍼센트 증가한 3억 달러 수출을 기록해 수상 기준을 충족했다.

회사 측은 수출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글로벌 백신 사업과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 확대를 꼽았다. 면역글로불린은 혈액 성분에서 추출한 항체 단백질을 제제로 만든 것으로,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면역계 질환 환자의 감염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혈액제제다. 고도의 분획 공정과 품질 관리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로, 미국과 유럽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GC녹십자의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인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 진입 첫 해인 지난해 약 5천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1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사실상 1년 만에 두 배 성장을 예상하는 셈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면역글로불린 수요처로, 환자 1인당 사용량과 건강보험 지불 여력이 높아 진입 이후 매출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북미 자회사 GC Biopharma USA와의 역할 분담이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내 규제와 유통 구조, 보험 체계 등 시장 특성을 반영해 현지에서 세분화된 유통 전략을 마련했다. 동시에 혈액제제 처방을 결정하는 전문의와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강화해 제품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생산 기지에서 확보한 원가 경쟁력과 품질 시스템이 미국 유통망과 결합하면서 매출 성장으로 연결된 구조다.

 

GC녹십자의 또 다른 축은 백신이다. 회사는 국제기구 입찰 등 국제 조달 시장에서 독감백신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조달 백신은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산하기구 등을 통해 중저소득국에 공급되는 물량으로, 대량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다. 여기에 자사 수두백신 배리셀라주의 수주도 증가세를 보이며 백신 포트폴리오가 수출 외형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독감과 수두 등 계절성 및 소아용 백신 조합으로 연중 생산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이 수익성과 수출 물량 확대에 동시에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대형 인수합병과 생산능력 증설에 나서며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고부가 면역글로불린과 특수 혈액제제 라인업을 앞세우는 가운데, GC녹십자는 플라스마 분획 기술과 안정적인 원료 수급망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생산 규모를 키워 온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 궤도를 확보할 경우, 향후 유럽과 중남미 등지로의 시장 다변화에 나설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 바이오 산업 특성상 규제 환경도 중요한 변수다.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입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품질 및 안전성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이후 라인 확장이나 제형 변경 시에도 심사 과정이 상대적으로 효율화될 여지가 있다. 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 평가와 각국 국가규제기관 허가 체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만큼, 국제 조달 경험을 통해 축적된 규제 대응 역량이 앞으로 신제품 수출 확대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GC녹십자의 이번 3억불 수출탑 수상이 단순한 외형 성장 지표를 넘어, 국내 혈액제제·백신 기업의 글로벌 재도약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을 거점으로 한 면역글로불린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면, 추가 적응증 개발과 후속 제형 도입, 위탁생산 확대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계기로 글로벌 사업 확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연구개발과 생산, 제품 경쟁력 간 시너지를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GC녹십자가 미국 면역제제와 국제 조달 백신을 양축으로 삼아 수출 구조를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바이오 의약품 수출 전략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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