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해지 버튼 숨기기”…방미통위, 앱 다크패턴 전수점검 나섰다
다크패턴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가 디지털 서비스 산업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결제 유도와 정보 은닉 등 기만적 설계를 겨냥한 전면 모니터링에 착수하면서, 플랫폼 경제 전반의 이용자 보호 기준이 재정립될 분수령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결제 구독해지 방해, 얼굴인식 기반 서비스의 과도한 정보 수집 등 문제 사례가 확산되는 가운데, 업계의 설계 관행과 규제 틀이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향후 인공지능과 플랫폼 서비스 전반의 인터페이스 규범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최근 다크패턴 피해 모니터링 계획을 확정하고, 여행과 쇼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한 8개 서비스 분야 40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선정했다. 각 분야 이용자 수 상위 5개 앱이 우선 포함됐다. 점검 기간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5개월로 설정됐으며, 실제 서비스 화면과 결제 흐름, 정보 제공 구조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특히 방미통위는 올해 1월 발간한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크패턴 사례집에 기반해 점검 항목을 세분화했다. 구독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배치하거나, 해지 과정에서 반복적인 번복 유도를 하는 구독해지 방해 유형, 주요 선택 사항을 숨기거나 뒤로 미루는 정보 은닉 유형,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 범위를 넘어서는 이용자 데이터 과다 수집 유형 등 13개 세부 유형을 대상으로 정밀 분석에 들어간다. 이런 유형은 사용자의 의사결정 비용을 높이거나 인지적 혼란을 유발해, 서비스 제공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사실상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시돼 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얼굴인식 기반 공연 티켓 서비스가 대표적 문제 사례로 지적됐다. 얼굴패스 기능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얼굴등록 팝업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제3자 제공 고지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배치되거나 복잡한 화면 구조 속에 묻히는 방식이 보고됐다. 이벤트 참여를 미끼로 얼굴정보를 추가 수집하는 설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형상 이용자 동의를 얻는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용자가 충분한 정보를 인지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형적 다크패턴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얼굴인식과 같은 생체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비밀번호나 이메일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일부 서비스에서는 편의와 이벤트를 앞세워 이용자에게 얼굴정보 제공을 기본값처럼 인식시키고, 세부 거부 경로나 선택 옵션을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해왔다. 이번 모니터링은 이런 설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해민 의원은 인공지능과 플랫폼 기반 서비스 확산이 다크패턴의 경제적 유인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추천 알고리즘과 개인화 인터페이스가 결합되면서, 사업자는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해 결제 가능성이 높은 시점과 화면 구성을 설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행동과학과 심리학을 활용한 설계가 이용자 이익이 아니라 수익 극대화를 향할 경우, 다크패턴이 시스템 전반에 내재화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자기결정권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한 청소년과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취약계층은 피해 규모와 회복 비용이 더 크다.
국제적으로도 다크패턴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소비자 권리 지침과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이 기만적 인터페이스 설계를 포괄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가 자동결제 해지 방해, 숨겨진 요금 부과 등을 집중 규제하면서 다크패턴 관련 제재 사례가 축적되는 추세다. 글로벌 플랫폼과 앱 사업자들은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용자 동의 절차와 해지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비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방미통위 모니터링을 계기로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제재 기준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크패턴 판단 기준을 어디까지 기술적 설계로 볼 것인지, 어느 수준에서 소비자 기만으로 간주할 것인지, 알고리즘 기반 추천과 화면 배치의 투명성을 어느 정도 요구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상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기존 법령과의 정합성, 플랫폼 산업 경쟁력과 이용자 보호 간 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민 의원은 AI와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다크패턴이 소비자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특히 청소년과 취약계층에 심각한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정감사 후속 조치로 방미통위가 모니터링을 공식화한 것을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모니터링이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가이드라인 정비와 취약계층 보호 기준 강화, 재발 방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다크패턴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인터페이스 설계 원칙을 재점검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용자 권익과 데이터 윤리를 둘러싼 제도와 기술의 균형이 디지털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