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인도에 좌초된 2만6천t 카페리”…퀸제누비아2호 9시간만에 예인, 해경 수사 착수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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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앞바다 무인도 인근에서 대형 카페리 여객선이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승객 전원이 구조되고 선박도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에 항구로 이동했다. 해경은 평소 항로를 벗어난 정황에 주목하며 선장과 항해사의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만6천t급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남방 족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했다. 이 배에는 제주도에서 출발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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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은 씨월드고속훼리가 운항 중이었으며, 사고 당시 족도 인근 해역에서 암초에 걸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 직후 해경과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구조 및 안전 확보에 나섰고, 승객들은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중상자는 없었으나 일부 승객이 좌초 충격으로 인한 통증과 신경 쇠약 등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선체는 선사 측이 동원한 예인선 4척이 만조 시간에 맞춰 선미에 줄을 묶어 끌어내는 방식으로 좌초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후 자력 이동을 위해 승무원 21명이 선내에 남아 상황을 수습했고, 퀸제누비아2호는 20일 오전 5시 44분께 목포시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사고 발생 후 9시간 27분 만이다.

 

해경은 이번 사고가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담 수사반을 꾸린 목포해경은 선체 내·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확보해 당시 항적과 조타 기록을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채수준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장은 20일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연 언론 브리핑에서 “배가 변침, 즉 방향 전환을 평소보다 늦게 해 통상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경위 전반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사고 당시 기상 상황, 수심과 암초 분포, 항로 설정과 레이더·전자해도 사용 여부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선장과 항해사, 당직 선원들의 근무 교대 상황과 피로도, 운항 지시 체계 등 인적 요인도 조사 대상이다. 다만, 선장 및 항해사 등의 음주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 안전 전문가들은 최근 대형 카페리 사고가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반복적인 항로 이탈·좌초 사고에 대한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레이더·GPS 등 항법장비가 보편화됐음에도 항로 이탈과 변침 지연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여객선 안전 관리 체계와 운항 준수 여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다수 승객이 이용하는 카페리의 경우 야간 운항이 많은 만큼, 항로 관리와 교대 근무 실태, 비상 대응 매뉴얼 이행 여부에 대한 추가 점검 요구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해경은 선박 손상 부위와 선체 안전성에 대한 점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선장과 항해사, 선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항해 기록과 관계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며 “필요 시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과 관계 기관은 추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 해역 항행 선박에 대한 운항 주의도 당분간 강화할 방침이다. 사고 원인과 구조적 문제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향후 수사 결과와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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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제누비아2호#신안무인도좌초#목포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