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60선 3% 가까이 급등…외국인·기관, 미 12월 금리 인하 기대에 동반 매수
코스피 지수가 26일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 확산 속에 3% 가까이 급등하며 3,96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유입되며 그간 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와 물가 안정 흐름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키운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3.09포인트 2.67퍼센트 오른 3,960.87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34.10포인트 0.88퍼센트 상승한 3,891.88에서 출발해, 장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고점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이틀 연속 장 후반에 상승 폭이 줄어드는 전강후약 흐름을 보였던 코스피는 이날에는 장 막판까지 매수세가 유지되며 흐름을 뒤집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8원 내린 1,465.6원에 형성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전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재차 강조했지만,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반영되며 환율 하락 폭은 일부 축소됐다. 장중 한때 환율은 1,467.7원까지 되돌리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5,239억 원, 1조2,274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8,05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1,946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해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
국내 증시는 전날 미국에서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오면서 장 초반부터 상승세로 출발했다. 미국에서는 9월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 PPI가 시장 전망치와 부합하는 등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 흐름을 가리키는 지표가 동시에 확인됐다. 투자자들은 소비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흐름을 근거로 연준이 12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고, 이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장 초반부터 금리 민감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초기에는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상단이 제한됐다. 다만 오후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자 지수는 상승 폭을 점차 확대했고, 기관까지 매수에 가세하면서 3,960선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27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일부 경계 심리를 유지하면서도, 연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에서 발표된 9월 PPI,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경기 둔화를 나타내면서 12월 금리 인하 전망은 80퍼센트대로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면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고,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가총액 상위주 전반이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3.52퍼센트 오르며 4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10만 원대를 되찾았다. SK하이닉스도 0.96퍼센트 상승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인 메타가 구글의 TPU 텐서처리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엔비디아의 시장 내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돼, 엔비디아 밸류체인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모습이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부각되면서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한 금리 수혜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8퍼센트, 셀트리온은 2.68퍼센트 상승했다. 플랫폼 대형주인 네이버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합병 안건을 앞두고 4.15퍼센트 뛰며 4퍼센트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5.32퍼센트, KB금융 2.47퍼센트, 현대차 1.55퍼센트 등도 올랐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롯데지주가 6.09퍼센트 하락했고, 대덕전자는 4.35퍼센트 내리는 등 일부 종목은 차익 매물이 집중되며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에이피알은 0.20퍼센트 소폭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이 4.52퍼센트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고, 화학 3.57퍼센트, 전기전자 2.91퍼센트 등 전 업종이 일제히 오르며 광범위한 상승 흐름을 연출했다.
코스닥지수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1.29포인트 2.49퍼센트 오른 877.32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7.25포인트 0.85퍼센트 오른 863.28에서 출발해, 장중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며 오름 폭을 키웠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108억 원, 기관이 869억 원을 각각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731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2차전지 대표주가 코스닥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에코프로비엠은 9.17퍼센트, 에코프로는 11.04퍼센트 급등하며 투자 수요를 끌어모았다. 에이비엘바이오 4.46퍼센트, 리가켐바이오 7.35퍼센트, 레인보우로보틱스 3.32퍼센트 등도 강세를 나타내며 성장주 중심으로 수급이 유입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전일과 같은 주가 수준에서 보합 마감했다. 반면 케어젠은 11.30퍼센트 하락했고, 실리콘투 0.22퍼센트, 펄어비스 0.14퍼센트 등 일부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5조7,520억 원, 7조5,9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의 거래대금 합계는 7조1,773억 원을 기록해, 정규시장과 대체거래소를 합친 국내 주식시장의 활발한 매매 동향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와 미국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외국인 수급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