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형식적 법치에 그쳤다"…나경원, 패스트트랙 1심 불복 항소 방침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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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다시 불붙었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윤한홍 의원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속에서도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경원 의원은 27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은 애초 기소되지 않았어야 했을 사건"이라며 "이번 판결은 형식적 법치에 그쳤을 뿐 실질적 법치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다수당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결국 이번 판결대로라면 민주당의 다수결 독재, 일당 독재를 막을 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며 "이번 패스트트랙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로 소수 야당의 국민을 위한 정치적 의사표시와 정치 행위의 공간을 넓히고,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윤 의원은 "벌금형이라도 유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항소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두 사람 모두 법적 처벌 수위보다 유죄 판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적 투쟁 성격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법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은 패스트트랙 관련 자유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등 사건 1심 판결과 관련해 수사팀·공판팀 및 대검과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를 거쳐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사건의 상급심 쟁점은 피고인 측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장찬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의원직 상실에 이르는 형을 피했다. 당시는 형량 수준을 두고 사법부가 정치적 파장을 일정 부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들만 항소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이 원칙에 따라 상급심 법원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어, 1심 벌금형이 사실상 형량 상한이 된다. 나 의원과 윤 의원 입장에서는 정치적 명예 회복을 노릴 수 있으나, 무죄 전환에 실패할 경우 1심 판단이 재확인되는 부담도 안게 된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당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가 강하게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도 물리적 충돌의 책임 범위와 국회 내 정치 행위의 한계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항소가 향후 보수 진영 내부 역학, 특히 국회 내 강경 투쟁 노선과 온건 노선 사이 논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은 항소심 재판 일정을 추후 지정할 예정이며,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책임 공방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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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윤한홍#패스트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