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택한 K의료AI”…메디컬아이피, 디지털트윈으로 글로벌 무대
인공지능 의료 영상 분석이 글로벌 칩 기업의 전략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의료AI 기업 메디컬아이피가 엔비디아의 공식 유튜브 영상에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과 나란히 등장하며 한국 AI 산업의 ‘헬스케어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디지털트윈 기반 체성분 분석과 가상 교육 솔루션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컴퓨팅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의료 영상 진단과 교육 패러다임을 동시에 바꿀 수 있는 파급력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의료AI와 GPU 생태계의 결합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디컬아이피와 엔비디아의 첫 접점은 2021년 겨울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엔비디아 측 관계자들이 메디컬아이피 부스를 방문해 컴퓨터단층촬영 기반 AI 체성분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 딥캐치와 엑스레이 정량화 및 치료 모니터링 플랫폼 티셉 등 의료AI 라인업을 직접 확인했다. 의료 영상 데이터에서 체성분과 병변을 정량화하는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GPU 기업의 레이더에 포착된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이후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혔다. 메디컬아이피는 2022년 미국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 프리미어 파트너로 선정되며 정식 파트너십을 맺었고, 2023년에는 자사 디지털트윈 플랫폼 메딥프로를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옴니버스는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실제 물리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협업 플랫폼으로, 의료 영상 기반 인체 디지털트윈 구현과 상호운용성이 높다.
메딥프로는 메디컬아이피의 AI 디지털트윈 핵심 엔진으로, CT나 MRI 등 의료영상을 기반으로 인체 장기와 조직을 3차원 구조로 재구성한다. 메디컬아이피는 이 엔진을 활용해 두 가지 축으로 솔루션을 확장했다. 첫 번째는 건강검진 현장에 적용 중인 AI 건강 스크리닝 솔루션 딥캐치 시리즈다. 딥캐치는 복부 CT 등에서 근육량, 지방량 등 체성분을 자동 분석해 대사질환 위험을 정량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수작업 분석 대비 속도와 재현성을 높여, 대규모 검진센터에서의 활용도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축은 가상현실 기반 디지털 의료 교육 솔루션 메딥박스다. 메딥박스는 실제 환자의 의료영상을 3차원 모델로 바꿔 VR 환경에서 해부 구조를 학습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로, 수련의와 의료학생 교육, 시뮬레이션 수술 계획에 응용될 수 있다. 기존 교과서나 카데바(시신) 의존 교육에 비해 실제 환자 데이터 기반의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엔비디아 한국 헌정 영상에서도 딥캐치와 메딥박스가 대표 제품군으로 등장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국의 AI 산업 혁신을 조명하는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메디컬아이피는 삼성,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과 함께 언급되며, 의료 분야에서는 유일한 파트너 기업으로 포함됐다. 메디컬아이피 측은 영상 출연 사실을 사전 공유받지 못한 상태였고, 영상 공개 후 엔비디아 측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중장기 AI 생태계 전략 속에서 의료 디지털트윈을 전략 축 가운데 하나로 본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양사의 협업 결과물인 ‘MEDIP Pro X NVIDIA OMNIVERSE’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Executive Briefing Center에 데모 형태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전 세계 주요 고객사와 파트너를 대상으로 최신 AI 기술과 실사용 시나리오를 체험시키는 공간이다. 메디컬아이피는 이를 통해 자사 디지털트윈 솔루션이 글로벌 병원, 의료기기 기업, 교육기관 등에 직접 소개되는 통로를 확보하게 돼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디컬아이피의 AI 의료 솔루션이 글로벌 GPU 플랫폼과 결합되면서 활용 시장은 진단과 예방, 교육 등으로 다층화되는 모습이다. 병원과 검진센터 입장에서는 딥캐치를 통해 환자의 체성분을 자동 분석하고, 비만과 근감소증, 심혈관질환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련병원과 의대는 메딥박스를 활용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술 접근 경로를 반복 시뮬레이션하면서 교육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의료 인력 부족과 수도권·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교육과 원격 협진 도구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글로벌 의료AI 시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심장, 암, 폐질환 등 특정 질환 특화 솔루션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에 비해 메디컬아이피는 인체 전반의 구조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고, 이를 진단과 교육 양쪽에서 활용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GPU 최적화와 3차원 렌더링 기술이 핵심 역량인 엔비디아와의 협업은, 복잡한 인체 모델을 실시간에 가깝게 시각화해야 하는 의료 디지털트윈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의료AI의 본격 상용화에는 각 국가의 규제와 인증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AI가 체성분을 자동 분석하거나 질환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능은 각국 규제당국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의료 현장에서 폭넓게 쓸 수 있다. 데이터 보호와 의료윤리 이슈도 병행 과제다. 실제 환자 영상을 기반으로 한 3차원 모델을 교육과 연구용으로 활용하려면, 비식별화와 동의 절차, 국외 데이터 이전 규제 등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각 권역별 규제 체계에 맞춘 제품 버전과 운용 가이드 구축이 요구된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이번 엔비디아 공식 영상 노출을 두고 자사 기술의 글로벌 인지도가 한 단계 올라선 계기로 평가했다. 그는 자사의 AI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고도화해 사용자 편의성과 대중 건강 증진 효과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엔비디아가 구축하는 AI 생태계에서 의료 분야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메디컬아이피와 엔비디아 협력이 향후 실제 병원과 교육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