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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본드로 中 금융시장 복귀”…러시아, 대서방 제재 속 자금조달 재개 파장
국제

“판다 본드로 中 금융시장 복귀”…러시아, 대서방 제재 속 자금조달 재개 파장

전민준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9월 8일, 러시아(Russia)가 8년 만에 중국(China) 본토 채권 시장에서 '판다 본드' 발행을 추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대규모 위안화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강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양국 간 경제적 유대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 금융망의 봉쇄로 자금줄이 막힌 러시아가 중국 금융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현지 기업들은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지원 아래, 광저우에서 판다 본드 발행 협의를 가졌다. 판다 본드는 외국계 기업이 위안화로 중국 내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다. 러시아는 2017년 알루미늄 기업 루살(Rusal)을 통해 15억 위안 규모 판다 본드 발행에 성공했으나, 이후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 제재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2차 제재 우려로 중국 은행들도 러시아 기업과의 협력을 꺼려온 상황이었다.

러시아, 8년 만에 ‘판다 본드’ 발행…중국 본토 채권 시장 재진출
러시아, 8년 만에 ‘판다 본드’ 발행…중국 본토 채권 시장 재진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달 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중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 압박과 러시아에 대한 전쟁 종식 촉구도 중러 간 전략적 결속을 한층 강화시킨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영국(UK)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러시아 기업에 채권 시장을 재개방하는 조치는 양국 외교·경제적 연대의 심화"라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판다 본드 발행은 우선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 등 일부 제한적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판다 본드 재개가 중러 경제협력 확대와 함께 글로벌 자본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예고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2차 제재의 불안은 여전히 상존한다.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앨런 웡은 비제재 대상을 통한 판다 본드 발행에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추가 제재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실질적 거래에는 중국 당국의 면밀한 사전승인과 위험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계는 러시아의 판다 본드 발행 재개가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금융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시아의 금융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현상은 국제 제재 체계의 균열로 해석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 전쟁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제재 위험 아래 각국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거래 위험 요인에 더욱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판다 본드 발행이 실제로 시장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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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판다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