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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는 산책과 따뜻한 빵 한 조각”…고흥의 섬에서 찾은 미식과 풍경의 휴식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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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쪽 바다를 찾아 조용히 한적한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멀게만 느껴졌던 고흥의 거금도는, 이제는 마음을 쉬게 하는 이방의 일상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맑은 남해 물빛 아래, 잔잔한 파도 소리와 소박한 미식이 어우러진다.

 

거금도를 걷다 보면, 섬을 부드럽게 감싸는 바다와 어디서든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드넓은 풍경은 사진보다 진하게 가슴에 각인되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수평선이 무심코 깊은 숨을 내쉬게 한다. SNS에는 바다와 나란히 찍은 인증샷, 금산면의 고요한 일상이 아침마다 올라온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거금도)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거금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섬과 바다를 끼고 느리게 머무는 여행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뉘우머리펜션&레스토랑은 도양읍에 자리 잡고, 커다란 창 너머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네에서 신선한 식탁을 연다. 매일 현지 재료로 가까운 바다의 맛과 넉넉한 양을 더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한 끼의 온기를 선사한다. 레스토랑을 찾은 한 여행자는 “풍경이 음식의 소금이 된다”고 고백했다.

 

미식의 여운은 과역면에 은은하게 남는다. 르와르제과점은 36년간 매일 아침 건강한 빵 냄새를 굽는다. 천연 호밀종을 저온 숙성해 오랜 시간 기다린 단단한 풍미,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이 소문을 타고 오가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어느 블로그 리뷰엔 “빵보다 섬의 시간이 같이 구워지는 곳”이라는 표현도 적혔다. 매장은 항상 깨끗하게 관리돼 오랜 단골도, 처음 들른 여행자도 기분 좋게 머물 수 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섬은 특별하지만 일상이 돼가는 중”이라거나 “고흥까지의 거리는 멀지만, 한 끼와 한 조각의 맛이 모든 걱정을 잠시 잊게 한다”는 조용한 공감들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을 ‘깊이 머무는 감각의 전환’이라 부른다. 프라이빗하고 잔잔한 자연 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맛을 고른다는 것. “여행의 본질은 결국 일상의 감정을 다독이는 소소한 경험에 있다”고 말하는 트렌드 칼럼니스트도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식사하거나, 오랜 시간 구운 빵 한 조각을 베어 무는 일상의 쉼표.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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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뉘우머리펜션&레스토랑#르와르제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