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객 안내도 다듬는다…LG유플러스, 언어변환기 고도화로 CX 경쟁
인공지능 기반 언어 기술이 통신사의 고객 경험 전략을 바꾸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상담 문구를 고객 눈높이에 맞춰 자동 변환하는 AI고객언어변환기를 고도화해, 회사 전 채널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체계적으로 표준화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단순한 문장 추천을 넘어 기업 고유의 말투를 AI에 학습시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통신업계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24일 사내 인공지능 서비스 AI고객언어변환기를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전사 활용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임직원이 고객 대상 문자 메시지, 공지사항, 상담 메시지 등 각종 안내 문구 초안을 입력하면 AI가 즉시 고객 친화적 문장으로 바꿔주는 도구다. 회사 측은 복잡한 안내 문구를 줄이고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단순화하는 그룹 차원의 철학 심플리 유플러스 전략의 핵심 실행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채팅형 구조로 전환됐다. 상담 챗봇을 쓰듯 초안 문장을 입력하고 추가 요청을 덧붙이면, AI가 즉시 수정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더 친절하게, 더 정중하게 등 버튼을 눌러 톤을 바꾸는 기능도 새로 들어갔다. 사내 사용자는 메시지 목적과 상황에 맞춰 말투를 세밀하게 조정하면서도 작성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술적 범위도 넓어졌다. 초기 버전에서는 배너, 문자 메시지 등 일부 유형에 한해 정해진 포맷대로만 문구를 변환할 수 있었지만, 2.0에서는 유형 제약을 없앴다. 자유 형식의 문장을 입력해도 AI가 맞춤형 변환을 시도하는 구조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업그레이드 이후 최근까지 4500건이 넘는 문구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변환 서비스로 작성돼 사용됐다.
AI고객언어변환기 2.0의 가장 큰 차별점은 LG유플러스가 자체 정의한 고객 언어 철학 진심체를 심층 학습했다는 점이다. 진심체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약어를 지양하고, 고객 입장에서 의미가 바로 전달되도록 쉽게 쓰되 따뜻한 톤을 유지하는 화법을 지칭한다. 회사는 그동안 10만건이 넘는 고객 안내 문구를 직접 검수해 진심체로 정제했고, 이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언어변환기 모델을 학습시켰다.
예를 들어 VolP는 종량과금 정책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니 유의 바랍니다 같은 문장은 인터넷전화는 사용한 만큼 요금이 발생하니 유의해주세요처럼 기술 용어를 풀어 쓰고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는 식이다. AI는 단어 치환 수준을 넘어, 고객이 실제로 혼동하기 쉬운 표현을 감지해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활용 무대는 고객센터, 대면 영업 현장,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전 접점으로 확장된다. 각 채널에서 다른 담당자가 개별적으로 문구를 작성하더라도, AI 변환 과정을 거치면 진심체라는 공통된 말투와 표현 기준을 갖추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이 어느 접점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같은 사람에게서 안내받는 듯한 일관성을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언어 표준화가 통신사의 고객 경험 관리 체계를 바꾸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콜 스크립트나 매뉴얼을 문서 형태로 제시해 상담사가 직접 숙지해야 했으나,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문장을 제안하거나 다듬어주는 구조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상담사 입장에서는 문구 작성 부담을 줄이고 상담 품질 편차를 낮출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CX 전략을 빠르게 전체 조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금융과 유통 업계에서 이미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한 고객 안내 일관화 시도가 시작된 상황이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고객 언어 철학을 대규모 데이터로 정제해 사내 생성형 AI에 학습시켰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경쟁사들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확보한 사내 전용 모델 도입을 검토하면서, 챗봇을 넘어 CX용 언어 엔진 구축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 확산은 규제와 윤리 이슈도 동반할 수 있다. 고객 안내 문구가 자동 생성되는 만큼 요금, 약관, 제약 조건 등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작성한 문구에 대한 검수 프로세스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민감 정보 처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G유플러스는 진심체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직접 검수 체계를 운영해 표현 기준을 관리해 왔으며, 향후에도 품질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수 LG유플러스 CX혁신담당 상무는 향후 고객 반응률과 만족도를 분석해 이해하기 쉽고 일관된 언어를 AI고객언어변환기에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겠다고 밝혔다. 고객 행동 데이터와 피드백을 다시 모델 학습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CX 효과를 수치로 검증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이번 시도가 고객 접점 언어를 둘러싼 AI 경쟁을 촉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