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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가치 이미 떨어졌다”…2.6기가 재할당 두고 SKT·LGU 갈등 확산

강예은 기자
입력

LTE 주파수 재할당이 이동통신 산업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되고 있다. 특히 2.6기가헤르츠 대역을 놓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정면으로 맞서며, 내년 재할당 가격 산정 방식에 시선이 쏠린다. 두 회사가 동일한 대역을 LTE 용도로 쓰고 있지만 최초 확보 시점, 경매 가격, 재할당 조건이 모두 달라 복잡한 이해관계가 겹친 탓이다. 업계에선 5G 확산으로 LTE 가치가 떨어진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 투자 구조와 요금 정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세수 확보 기조와 산업 경쟁력 간 균형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주 공청회에서 2025년 만료 예정인 3세대와 LTE 주파수 재할당 계획을 공개한다. 대상은 총 370메가헤르츠 폭으로, 사업자별로 SK텔레콤 155메가헤르츠, KT 115메가헤르츠, LG유플러스 100메가헤르츠다. 이 가운데 시선이 집중되는 구간이 두 사업자가 나눠 쓰는 LTE용 2.6기가 대역이다. 같은 집 안 두 방을 각기 다른 시점과 가격으로 세를 준 뒤, 계약 만료 시점에 가격을 어떻게 다시 맞출지 두고 갈등이 생긴 셈이라는 비유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파수는 전파법상 국가 소유 공공자원이다. 정부가 일정 기간 통신사에 빌려주고 이른바 임대료 성격의 할당 대가를 받는다. 첫 할당은 경쟁입찰인 경매로 가격을 정하지만, 이미 사용 중인 대역을 계속 쓰려면 정부가 정한 재할당 대가를 내야 한다. 법적 기준은 전파법 시행령 별표 3에 담겨 있다. 재할당 시에는 예상 및 실제 매출액뿐 아니라 동일·유사 용도의 과거 주파수 대가, 주파수 특성, 대역폭, 이용 기간, 용도, 기술방식 등을 종합 고려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문제는 이 기준이 해석 여지를 크게 남기며 매 회차마다 산정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011년 재할당 당시에는 예상·실제 매출액을 반영한 법정 산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2016년에는 이전 경매 낙찰가 여러 건을 평균해 반영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2021년에는 과거 LTE·3세대 경매 낙찰가를 사실상 그대로 가져오되, 일정 수준 이상 5세대 기지국을 구축한 사업자에게 재할당 대가 일부를 감면하는 구조를 택했다. 방식이 바뀔 때마다 사업자들 자동 비용 구조도 크게 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와 정부의 갈등도 반복됐다. 2021년 3세대와 LTE 재할당 당시 통신 3사는 적정 대가를 1조7000억원대라고 추산했지만 최종 확정된 금액은 약 3조17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통신사 입장에선 매출 대비 주파수 사용료 비중이 급등했고, 정부의 세수 확대 논리가 기술 투자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였다. 업계에서는 주파수 이용환경 변화와 시장 성숙도를 반영한 합리적 산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2.6기가 대역을 둘러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이견도 이러한 구조적 긴장 위에서 불거졌다. 쟁점은 동일 대역에 서로 다른 최초 낙찰가가 매겨진 상태에서, 내년 재할당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다. 법령에 주파수 경매 낙찰가를 참고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지만, 이를 절대 기준으로 볼지 단순한 참조값으로 볼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게 된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경매에서 2.6기가 대역 40메가헤르츠를 4788억원에 확보했다. 이용 기간은 8년이었고, 2021년 재할당 때는 5년을 추가로 받으면서 5세대 기지국 구축 요건을 충족해 재할당 대가의 27.5퍼센트를 감면받았다. 상대적으로 조기에 대역을 확보했고, 이후 제도 설계에 따라 할인을 적용 받은 셈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경매에서 같은 2.6기가 대역 60메가헤르츠를 확보했다. 당시 경매는 초기에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SK텔레콤은 40메가헤르츠와 20메가헤르츠 두 블록을 합해 총 1조2777억원을 낙찰가로 지불했다. 이용 기간은 10년으로 내년 만료되지만, 2021년 재할당 대상이 아니어서 5세대 기지국 의무 이행에 따른 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이 결과 자사 2.6기가 대역의 연간 사용 비용이 LG유플러스보다 약 두 배 수준으로 높게 형성됐다고 추산한다.

 

이제 내년 재할당을 앞두고 SK텔레콤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이라면 같은 경제적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정부가 다시 한 번 과거 경매 낙찰가를 단순 기준으로 삼으면 초기 고가 낙찰의 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최초 낙찰가를 영구적 기준처럼 유지하면, 한 번 비싸게 산 사업자는 기술이나 수요 환경이 바뀐 뒤에도 평생 비싼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논리다. SK텔레콤은 현재의 트래픽 비중, LTE 매출 규모, 대역의 실제 활용도 등을 반영해 동일 대역에 동일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이 경제적 실질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정부가 지금까지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일관되게 과거 낙찰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온 만큼, 이번에도 같은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맞선다. 사업자들은 경매 당시 시장 상황, 기술발전 전망, 재할당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스스로 입찰 전략을 세웠고, 그 결과가 낙찰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할당 시점이 됐다고 해서 뒤늦게 상대적 불리함을 이유로 산식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제도 일관성과 투자 안정성을 해친다는 입장이다.

 

또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보유한 60메가헤르츠 폭은 광대역이어서 고속 데이터 서비스 제공에 더 유리하고, 단일 장비로 운용 가능한 만큼 네트워크 효율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물리적 스펙과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인데, 단순히 메가헤르츠당 가격만 맞추는 방식은 자산 구조 차이를 무시한 것이라는 반박이다. 결국 동일 대역이라도 폭, 장비 구성, 트래픽 처리 능력 등을 어떻게 감안하느냐가 가격 논리의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LTE 가치 하락을 재할당 대가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2021년 정부는 5세대 가입자 확대와 LTE 매출 감소를 인정하며 일부 LTE 대역의 재할당 대가를 조정했다. LTE용 주파수가 5세대 서비스에 기여하는 정도도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근거였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데이터 통계를 보면 2024년 9월 기준 전체 모바일 트래픽 135만5343테라바이트 가운데 5세대가 123만9588테라바이트로 91.4퍼센트를 차지한다. LTE 비중은 7.3퍼센트, 3세대는 0퍼센트대다.

 

업계에서는 LTE 트래픽과 매출 비중이 이처럼 빠르게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재할당에서도 가치 하락을 재차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앞선 재할당 당시 감액을 적용했던 일부 LTE 대역만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LTE 전체 스펙트럼에서 동일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021년 정부 발표 어디에도 특정 대역에만 가치 하락이 적용된다고 한정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같은 기술 세대에 속한 주파수라면 가치 변동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정부 입장은 복잡하다. 주파수 정책은 오랫동안 세수 확보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대규모 재할당이 있을 때마다 수조원대 할당 대가가 늘어났고, 이는 재정 운용에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이번에도 업계 요구를 수용해 재할당 대가를 낮추거나 산식을 완화하면 공공자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수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통신 3사의 투자 여력이 줄고, 5세대 고도화와 6세대 전환 준비 등 중장기 인프라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에 대해 합리적인 대가 산정이 목표라며, 현행 법령이 모든 상황을 세밀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해석의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낙찰가, 시장 매출, 기술 세대 간 전환 속도, 트래픽 비중, 감면 요건 등 여러 지표를 조합한 새로운 산식이 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재할당 대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배경에 손익 개선 압박이 깔려 있다고 본다. 연이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대응 비용과 보안 투자 확대, 요금 인하 요구, 설비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핵심 비용 항목 중 하나인 주파수 사용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어느 선에서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투자 여력과 소비자 요금 구조, 6세대 준비 속도 등 통신 산업 전반의 동학이 함께 조정될 전망이다.

 

업계와 정부 모두 2.6기가 LTE 주파수 재할당이 단순 가격 논쟁을 넘어 통신 인프라 투자 방향과 공공자원 활용 원칙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산정 결과가 실제 네트워크 투자와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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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lg유플러스#2.6기가재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