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종교재단 조직적 정치개입, 헌법 위반"…이재명,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 겨냥 파장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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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다시 정치권 한복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 사이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재단의 조직적 정치개입을 헌법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혐오와 가짜뉴스를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도 이어지며 전방위 규제 논의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는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 이를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헌법위반 행위이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나온 이 발언은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 사이 정교유착 의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방치할 경우 헌정질서가 파괴될 뿐 아니라 종교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더라"며 "이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종교단체의 정치개입 정도에 따라 해산까지 검토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교와 관련해서는 현재 특검이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메시지가 수사 당국의 향후 행보뿐 아니라 여야 정치 공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여권이 종교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야권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앞세워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 확산 문제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혐오 발언과 가짜 뉴스의 폐해가 너무 심한 것 같다. 이러다가 나라에 금이 갈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허위·가짜 정보에 대해서도 보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허위 조작 정보에는 국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요새는 대통령 이름으로도 사기를 친다고 하더라"고 언급한 뒤 "중국이 어쩌고, 부정선거가 어쩌고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떠드는 사람도 있다는데, 중국하고 부정선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포되는 음모론과 정치 선동성 발언을 콕 집어 비판한 대목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은 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게 잘 챙겨달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사실상 범정부 태스크포스 구성이나 입법을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여론 동향과 국제 사례 등을 검토해 구체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입법 과정에서의 로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회 입법을 둘러싼 로비 활동 논란을 거론하며 "통제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한 뒤 관련 제도 전반을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로비 투명성 강화와 이해충돌 방지, 이해관계자 등록제 도입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여야가 다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정교분리와 가짜뉴스 규제 필요성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 전반에 책임을 묻는 공세에 나설 수 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종교단체 해산 검토 언급을 두고 종교 자유 침해와 과도한 국가 개입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가 전 정부 차원의 가짜뉴스 대책과 종교단체 정치개입 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경우,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정교분리 원칙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속에서 관련 법률 개정과 새로운 규제 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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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통일교#윤석열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