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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의료 진출장벽 높인다"…코어라인소프트, 美특허 확보로 확장 속도전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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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의료 영상 분석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진입장벽을 다시 세우고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가 미국에서 추가 특허를 확보하며 폐 질환 중심에서 심혈관·응급 진단으로 기술 외연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 현지 의료기관 및 서비스 기업과의 협력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특허를 미국 의료 영상 시장 재편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I 기반 시각화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24일 밝혔다. 새로 취득한 특허명은 대동맥 박리 가시화 장치 및 방법으로, 영어 명칭은 MEDICAL IMAGE VISUALIZATION APPARATUS AND METHOD FOR DIAGNOSIS OF AORTA다. 회사는 이 특허를 포함해 현재 20건 이상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벽이 찢어지며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흐르는 치명적 심혈관 질환으로, 조기 진단 여부가 사망률을 크게 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어라인소프트의 특허 기술은 CT 등 의료 영상을 AI로 분석해 대동맥 박리 관련 정보를 자동 추출한 뒤, 이를 의료진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시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이번 기술은 복잡한 혈관 구조를 3차원 기반으로 표현하고 위험 부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판독 의사 경험에 크게 의존하던 평가 과정을 정량화하고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그동안 폐 질환 중심 AVIEW 플랫폼을 앞세워 저선량 CT 폐암 검진,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회사는 이번 대동맥 박리 가시화 특허를 계기로 심혈관계와 응급 진단 영역까지 알고리즘 포트폴리오를 확장, 다중 질환을 한 번에 분석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진국 대표이사는 이번 특허가 폐 질환에서 심혈관계로 이어지는 기술 확장의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과 시각화 기술은 판독 속도 향상뿐 아니라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시간과 인력이 동시에 부족한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동맥 박리처럼 시간이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질환은 몇 분 차이가 생존율에 직결될 수 있어, 자동 분석과 위험도 시각화 기능이 조기 개입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 입장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문제와 판독 편차를 줄이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어, 진단 지원형 AI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분위기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번 미국 특허를 토대로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강화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회사는 202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중이며, 미국 의료 영상 판독 시장 점유율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MS 리포팅 시스템 PowerScribe와의 즉각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AVIEW 기반 AI 분석 결과가 PowerScribe 리포트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면, 미국 현지 병원들이 추가 시스템 교체 없이 AI 기능을 도입할 수 있어 상용화 허들이 낮아진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에서는 이미 빅테크 중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MS는 의료지원 AI 도구를 선보이고, 2년에서 3년 안에 의료 진단 분야에서 초지능 수준 AI 개발을 목표로 전담 팀을 운영 중이다. 엔비디아 역시 존슨앤존슨, GE헬스케어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손잡고 의료 AI 플랫폼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 특허 포트폴리오와 파트너십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은, 기술 자체 경쟁력뿐 아니라 공급망과 채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 FDA를 중심으로 의료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허가 가이드라인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SaMD로 분류되는 진단 지원형 AI의 경우, 학습 데이터의 다양성,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 실사용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이 핵심 평가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폐 질환 분야에서 축적한 임상 경험과 미국 파트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심혈관계와 응급 영역에서도 검증 데이터를 쌓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진단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는 만큼, AI는 의사 결정을 보조하는 도구에 머물러야 한다는 윤리·법적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MS 이외에도 미국 최대 영상 후처리 기업 3DR Labs, 대표 학술의료기관으로 꼽히는 템플 폐 센터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의료 클러스터 텍사스 메디컬센터 소속 베일러 의과대학에 제품을 공급했고, 미국 헬스케어 기업 오트밀 헬스를 통해 보험수가 시장에도 진출하며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 파트너십은 기술 특허와 더불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 알고리즘 고도화와 제품 개선 속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회사는 오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최대영상의학회 RSNA 2025에서 AI 플랫폼 AVIEW 2.0을 공개한다. AVIEW 2.0은 기존 AVIEW 제품군을 통합·고도화한 버전으로, 다중 질환 분석 기능과 워크플로우 연계를 강화한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영상의학 전문의와 병원 IT 담당자들이 대거 모이는 RSNA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향후 미국 시장 확산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코어라인소프트의 연이은 미국 특허 확보와 빅테크 연계 전략이 국내 의료 AI 기업 중 상위권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병원 정보시스템 통합, 데이터 보안, 보험수가 등 제도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과 플랫폼, 규제와 수가 체계가 맞물리는 의료 AI 시장에서, 산업계는 이번 특허를 발판으로 한 코어라인소프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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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라인소프트#마이크로소프트#a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