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추론 AGI 국책과제 1단계 성과…어니스트AI, 레벨2 도전 가속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이 국내 국책과제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면서 범용인공지능 경쟁의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니스트AI가 주관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국책 과제 컨소시엄이 1단계 연구를 마무리하며 인간 수준에 근접한 추론 능력과 방대한 인과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후속 단계에서 옴니모달 인과 추론 엔진까지 완성될 경우, 국내가 레벨 2 범용인공지능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어니스트AI 컨소시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인간지향적 차세대 도전형 인공지능 기술개발 사업의 1단계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국책과제는 통계적 상관관계 위주의 기존 인공지능 한계를 넘어 텍스트와 사건 이면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범용인공지능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했다.

1단계의 핵심 성과로 컨소시엄은 약 283만 건 규모의 동적 인과 지식 그래프를 구축했다. 동적 인과 지식 그래프는 사건과 상태의 원인과 결과를 시간과 상황에 따라 연결한 거대한 지식 지도로,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닌 조건과 맥락에 따른 인과 구조를 표현하는 데이터 구조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문맥과 논리를 사람처럼 따라가며 사건 간 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완성도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컨소시엄의 연구 성과는 CIKM, EMNLP 등 국제 인공지능 학회에서 논문 6편이 채택됐고, 국내 특허 출원 4건과 소프트웨어 등록 2건으로 이어졌다. 인과 구조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의 새로운 모델링 기법과 시스템 아키텍처가 보호 대상 기술로 묶이면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특히 텍스트 속 인과관계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뉴로 심볼릭 패턴 마이너를 통해 인공지능의 추론 성능이 전문가 수준에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뉴로 심볼릭 패턴 마이너는 딥러닝 기반 신경망과 논리규칙을 결합해 문장과 문단에서 원인 결과 패턴을 자동 추출하는 기술이다. 인간 전문가가 검증한 결과 86퍼센트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됐다. 컨소시엄은 학습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학습, 배포, 모니터링과 자원 최적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GI Ops 기반을 마련했다. AGI Ops는 인공지능 운영 전주기를 소프트웨어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모델이 스스로 계산자원을 조절하고 성능 저하를 탐지해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연구진은 이 기반을 통해 더 복잡한 인과 추론 모델도 빠르고 비용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단계 연구에서는 멀티모달을 넘어선 옴니모달 인과 추론으로 확장된다. 세계적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보유한 KAIST 주재걸 교수 연구실이 새롭게 합류해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옴니모달 인과 지식 기반 추론 엔진 개발을 주도한다. 텍스트로 기술된 사건과 영상에 나타난 상황, 이미지에 포함된 객체 정보를 통합해 더 풍부한 인과 구조를 학습하는 방향이다.
연구 참여 주체도 강화된다. 어니스트AI의 신윤제 인공지능 연구소장이 주관기관으로 전체를 총괄하고, 성균관대 박호건 교수팀과 포항공대 고성안 교수팀이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 기존 인과 지식 그래프와 추론 알고리즘을 고도화한다. 여기에 KAIST가 옴니모달 인과 추론 기술을 더해 레벨 2 범용인공지능으로 분류되는 유능한 일반 인공지능 단계에 도달한다는 전략이다.
어니스트AI는 확보한 인과 추론 원천기술을 금융 분야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자체 금융 인공지능 솔루션에 인과 기반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모델의 의사결정 이유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 협업형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완성해 금융 심사, 리스크 관리, 이상 거래 탐지 등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한 결론과 그 배경 논리를 함께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과 지식 그래프와 추론 엔진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과 같은 규제 민감 분야에서 활용 폭이 넓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패턴 탐지에 그치지 않고 고객 행동과 거래 패턴의 원인 결과 구조를 설명해 줄 수 있어, 금융당국의 설명 요구와 내부 감사 대응에도 유리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향후 재난 대응이나 의료 판단 지원 등 안전과 직결된 영역에서도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범용인공지능과 인과추론 인공지능 경쟁이 이미 본격화됐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연구기관과 빅테크 기업들이 원인 결과 구조를 학습하는 모델과 자동화된 인공지능 운영 체계를 앞세워 차세대 인공지능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번 국책과제와 같은 장기 과제가 축적될 경우 자체 알고리즘과 데이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술 주권을 강화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상훈 어니스트AI 대표는 1단계 연구를 통해 인과관계 기반 범용인공지능의 기술적 타당성을 수치로 증명했다며 2단계에서는 KAIST 주재걸 교수팀과 협력해 금융뿐 아니라 재난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범용인공지능 분야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인과추론 기반 범용인공지능 기술이 실제 서비스와 인프라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경쟁과 함께 운영 체계와 규제, 설명 가능성 요구가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술과 산업 구조 전환의 균형이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