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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해서 잘 됐으면” 진술까지…추경호, 내란 중요임무 혐의 구속 기로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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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을 뒤흔든 12·3 비상계엄 정국의 책임 공방 속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내란 전담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추 의원의 구속 여부가 가려지면, 수사는 물론 향후 정국 구도까지 급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후 3시부터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청구한 첫 구속영장으로,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늦어도 3일 오전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추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위를 이용해 같은 당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은 뒤 의총 장소를 국회와 당사를 오가며 세 차례 변경해 계엄 해제 찬반 표결에 참여하려던 의원들의 동선을 흐트러뜨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당시 추 의원은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다시 국회로, 이후 다시 당사로 옮겼다. 그 결과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계엄 해제 표결이 진행되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표결에 불참한 상태였다.

 

특검팀은 특히 계엄 선포 당일인 작년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조직적 표결 방해가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해야 한다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추 의원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의총 장소를 거듭 바꿨다는 정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특검은 최근 국회에서 근무하는 정당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 의원 관련 추가 진술도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 19일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추 의원이 지인에게 요즘 고생이 많지 않느냐고 안부를 건네며 계엄 해서 잘 됐으면 이런 얘기도 안 나왔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발언을 계엄 정국에 대한 인식과 관련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추 의원은 특검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을 본회의 밖으로 유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대화를 하던 시점은 본회의 개의 시간도 정해지지 않았고, 한동훈 전 대표가 의원들과 논의한 뒤 본회의장으로 가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들과 회의를 했다면 오히려 표결 참여 의원 수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정 이후 의총 장소를 당사로 옮긴 데 대해서도 추 의원은 경찰에 의해 국회 출입이 다시 차단된 상황에서 의원들이 당사에 임시로 모여 총의를 모으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전 대표의 본회의장 집결 지시가 공지된 뒤 이에 반하는 별도의 안내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추 의원은 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로 들어오지 못하는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찰에 조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우 의장이 여당이 직접 경찰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실상 응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이 대목을 두고도 여야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월 수사를 시작한 내란특검팀은 군 수뇌부와 전직 국무위원을 잇따라 소환하고 일부는 신병을 확보해 왔다. 다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상반된 여론이 동시에 제기돼 왔다. 추 의원 신병 확보 여부는 수사 기한을 약 13일 남겨둔 특검 입장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큰 마지막 고비로 평가된다.

 

정치권도 영장심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 의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정당 공세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위헌 정당 심판론을 전면에 앞세워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의원 구속이 결정되면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고, 위헌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계엄 사태를 보수 정치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짓는 프레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대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국민의힘의 역공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당 지도부는 내란 수사가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해 왔다. 추 의원도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신상 발언에서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 몰이 정치공작이라고 거듭 반발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영장 기각 시 조은석 특검과 사법부를 겨냥한 책임 공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 책임론을 제기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법원 안팎에서는 정치 쟁점화가 재판 독립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병행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정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영장 발부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와 특검, 사법부를 둘러싼 공방은 추가 소환 조사와 재판 과정, 위헌 정당 심판 요구 등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국회는 계엄 해제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정리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고, 정치권은 추경호 의원 영장심사 결과를 계기로 내란 수사 전반을 둘러싼 정면 충돌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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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조은석특검#내란중요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