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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4개사 품은 SK에코플랜트…AI로 공정혁신 노린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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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용 첨단 소재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며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공정에 필요한 소재 계열사를 직접 품에 안으면서, 생산 현장에 AI와 디지털전환을 본격 이식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편을 그룹 내 반도체 소재와 하이테크 인프라 역량을 결집해 고대역폭메모리와 차세대 공정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움직임으로 본다.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수요 급증으로 미세공정과 HBM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공정별 맞춤 소재와 운영 데이터 기반 최적화 능력이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일 SK머티리얼즈 산하 소재 자회사 4개사를 모두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대상 회사는 반도체 공정 특수가스와 화학소재를 공급하는 SK트리켐, 포토레지스트 원료와 첨단 화학소재를 다루는 SK레조낙, 식각가스와 증착용 가스 등을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금속배선과 패키징 관련 소재를 담당하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다. 동시에 SK머티리얼즈는 사명을 SK에코플랜트 머티리얼즈로 변경해 SK에코플랜트 중심의 소재 사업 플랫폼으로 재정비된다.  

편입된 4개사는 포토 공정, 식각, 증착, 금속배선,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 전 공정과 OLED 증착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핵심 단계에 필요한 첨단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이다. 포토 공정에 들어가는 감광재 및 전구체, 식각에 사용하는 특수가스, 웨이퍼 위에 박막을 형성하는 증착용 소재, 회로를 연결하는 금속배선 재료, 완성된 칩을 보호하고 패키지화하는 봉지 및 인터커넥트 소재까지 폭넓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소재 자회사들은 인공지능과 디지털전환을 기반으로 한 생산 체계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정별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AI로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고, 수율 저하를 유발하는 이상 패턴을 사전에 감지하는 방식의 스마트팩토리 고도화가 핵심 방향으로 거론된다. 수요 예측과 원재료 조달, 재고 운영을 통합 관리하는 SCM 시스템에도 AI를 적용해, 고객사의 미세공정 전환 시점을 반영한 소재 공급 전략 수립과 납기 단축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기존 경험 기반 운영보다 공정 변수 대응 속도를 높이고, 개발과 양산 전환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HBM과 차세대 미세공정 확산을 겨냥한 신규 소재 포트폴리오 확대가 이번 재편의 핵심 목표로 언급된다. HBM은 AI 학습과 고성능 컴퓨팅에 최적화된 고대역폭 메모리로, 적층 구조와 고집적 패키징을 구현하기 위해 고순도 특수가스, 고성능 절연·배선 소재, 열관리 소재 등 고난도 소재 기술이 요구된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 내 소재 기술력에 자사가 축적한 하이테크 플랜트 구축 경험을 결합해, 공정별 최적 소재와 설비·운영 솔루션을 묶은 통합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는 공정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소재 기업의 역할이 설계사와 파운드리에 버금가는 전략적 위치로 부상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은 이미 특수가스와 포토레지스트, CMP 슬러리 등 핵심 소재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고객 공정에 맞춘 맞춤형 소재 개발과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는 추세다. SK에코플랜트가 AI와 소재, 공정 인프라를 한 축으로 묶는 구조를 택한 것은,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재와 공정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서비스 모델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지원 법안, 중국의 소재 국산화 정책 등으로 소재와 장비 내재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생산 거점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향후 AI 기반 공정 데이터 분석과 지능형 생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데이터 보안과 알고리즘 투명성,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 새로운 규제 논의가 반도체 소재 분야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 편입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각 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결집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첨단산업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 머티리얼즈 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시점부터 HBM과 차세대 공정 소재 시장에서 어떤 신규 제품과 공정 솔루션이 나올지에 따라,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 재편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재편이 실제 수주와 글로벌 고객사 확보로 이어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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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sk에코플랜트머티리얼즈#h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