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토론토의 저스틴 비버”…연상호, 1800명 물든 순간→감동의 물결
박정민의 담백한 미소가 영사 막 뒤 거대 스크린 위로 번질 때 토론토는 이미 따스한 환호로 가득 찼다.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낸 시대적 아픔과 아버지와 아들의 굴곡진 사연은, 깊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스며든 박정민의 열연에 의해 긴 여운을 남겼다. 달라진 인생과 성장, 그리고 전 세계인과 호흡한 감동의 시간은 또 한 번 영화 ‘얼굴’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했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영화 ‘얼굴’은 이미 전 세계 157개국에 선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전각의 장인으로 성장한 임영규, 그리고 40년 전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에 뛰어든 아들 임동환. 권해효와 박정민이 세월을 오가며 같은 인물을 다르게 해석하는 순간, 관객들의 숨소리는 묵직하게 극장을 채웠다.

특히 박정민이 연기한 임동환과 임영규의 젊은 시절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공유하는 복잡한 내면으로 형상화됐다. 박정민은 이번에 1인 2역에 도전, 인물의 내면 깊은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그는 “두 인물 모두 못난 바닥의 감정이 있다”며, “수치와 상처를 덤덤하게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두 역할이 내 안에서 상호 작용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장면에서는 감독과 배우 모두 생에 다시 없을 긴장과 몰입을 체감, 박정민은 “15분간 끊기지 않고 이어진 권해효의 연기에 압도됐다”고 회상했다.
연상호 감독 또한 토론토 현장에서 박정민의 인기를 유쾌하게 언급하며 “‘토론토의 저스틴 비버’라 부르고 있다. 1800석 상영관이 가득 차 관객과 함께한 그 순간, 한국 영화의 저력이 뿌듯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해외 비평가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얼굴’의 메시지와 정서가 깊이 이해됐음에 모두 놀라워했다. 박정민은 “한국 동포의 힘과 응원이 커진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다”며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권해효, 박정민,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빚어낸 ‘얼굴’은 상실과 성장, 시대적 비극을 예리하게 해부하며 끝내 사람의 얼굴에 깃든 희망까지 비춘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의 근대사, 그리고 성취에 집착한 인간 군상에서 어떤 것을 잃고 또 남겨두었는지 되묻게 된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신현빈과 임성재 등도 “흔치 않은 캐릭터, 섬세하고 내밀한 연기 도전이 매혹적이었다”고 화답했다.
거대한 환호와 따뜻한 시선으로 세계의 첫 소개를 받은 ‘얼굴’은 국내에서 이달 11일 극장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North American·유럽·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순차적으로 개봉돼, 세대와 언어를 넘어선 감동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