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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린 도심 속 시간여행”…광명에서 만나는 과학과 고요의 공존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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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명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서울 외곽의 평범한 도시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역사와 과학, 그리고 도시 속 휴식이 어우러진 여행지로 다시 주목받는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새로운 일상의 태도가 담겨 있다.

 

13일 오후, 광명시에는 차가운 가을비가 내렸다. 기온은 14.7도, 어제보다 6도나 낮아져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도 소매를 다시 걷게 된다. 그만큼 산책복과 우산, 그리고 잠깐의 따뜻함이 더 그리워지는 하루다. 기상 앱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서도,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실내외 체험이 공존하는 곳을 찾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광명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광명

SNS와 맘카페에는 광명에디슨뮤지엄 인증샷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흔히 ‘과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뒤집는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 프로그램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에디슨의 발명품을 만져 보며 원리를 배우고, 실내 프로그램으로 날씨 걱정 없이 꿈을 키운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랑 직접 실험하니 시간이 순식간에 간다”는 방문객의 후기가 공감을 얻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나들이지로 박물관, 체험 공간, 사찰 방문이 늘었다는 통계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도심 가까운 예술·역사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30~40대 가족 단위 방문객 비중이 높아졌다.

 

광명의 또 다른 얼굴은 조용한 휴식 공간이다. 소하동 금강정사는 도시 속 고요함의 상징으로, 특유의 고즈넉한 경내에서 짧은 명상이나 산책을 하는 이들이 많다. “복잡한 일상 사이에 잠시 앉아 주변 소리만 들으면 마음이 많이 맑아진다”며 자신만의 안식처로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이어 같은 동네 충현박물관은 조선 중기 오리 이원익 선생의 정신과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보물로 지정된 이원익 영정을 비롯해, 한글 징비록, 금오계첩 등 귀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전시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아이와 함께 선비의 품격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며 체험의 가치를 강조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서울서 가깝고, 하루쯤 느리게 걷기에 딱 좋다”, “비 올 때 조용한 사찰 걷는 기분을 아는 사람은 안다”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비 내리는 도시 풍경과 뒷골목 골동품 가게, 그리고 새로운 과학 체험이 뒤섞이며, 나만의 ‘소소한 발견’의 설렘이 이어진다.

 

광명은 단지 가까운 나들이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삶의 균형을 찾는 공간이 돼 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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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에디슨뮤지엄#충현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