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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차관 베이징 회동 추진”…박윤주, 마자오쉬와 전략대화 조율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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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외교 마찰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외교 당국이 다음 달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추진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대만 문제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가 맞물리며 한중 간 세부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양국은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내달 중국 베이이징을 방문해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구체 날짜는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자오쉬 부부장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한중정상회담 직전에 한국을 방문해 사전 조율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박윤주 차관이 중국을 찾는 만큼, 경주 한중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양국 관계 관리 방안 전반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무엇보다 11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복원세를 보이는 한중 관계를 점검할 전망이다. 교류 재개 수준과 경제·인적 교류 확대 방안, 공급망 안정과 같은 실질 협력 의제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전략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의 역내 환경은 한층 복잡하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중국과 일본이 강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연일 일본을 겨냥한 강경 대응 메시지를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중 외교차관이 마주 앉게 되면 한반도 정세는 물론 지역 및 국제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이 관례다. 이에 따라 대만 문제를 포함한 역내 안보 이슈 전반에 대한 입장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이 대만 문제를 자국 내정으로 규정하며 외부 개입을 ‘레드라인’으로 선 그어온 만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가 다시 확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대만 문제를 자국 핵심 이익으로 분류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는 배경에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도 대만 문제와 관련한 태도 변화를 경계하라는 신호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전략대화는 중국 측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일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개최 논의가 진행돼 왔으며, 양국이 최근 긴장 국면 속에서도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략대화가 성사되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이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논의와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우려를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 사안을 신중히 다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이 비확산 체제와 군비 경쟁 우려를 앞세워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한국이 향후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대중 견제 역할 일부를 수행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군과 외교 분야 인사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전력은 대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경색과 완화가 교차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상호 오해를 줄이고 관리 가능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대만 해협 문제와 한반도 안보 현안, 군비 증강 이슈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만큼 향후 한중 관계 운신 폭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일정과 의제를 최종 확정하는 대로 양국 외교 채널을 통해 세부 내용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국과 역내 정세 변화에 따라 대화의 수위와 방향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국회와 정치권 역시 관련 논의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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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주#마자오쉬#다카이치사나에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