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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은 사회적 재난”…당정, 징역 5년 상향 연내 추진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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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노동계 요구와 정부 대응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노동부가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년 연장과 산업재해 예방 정책까지 함께 테이블에 올라 민생 입법 패키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임금체불 범죄의 법정형을 현행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직결된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법정형 상향을 연내 추진한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현행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징역형 상향을 통해 상습·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당정은 형량 강화와 함께 예방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주영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등 타 부처 및 지방정부와 합동 감독·점검, 강제수사 강화 등을 통해 임금체불 예방 활동도 강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부 부처 간 공조를 통해 공공 발주 공사, 하도급 구조에서 반복돼 온 체불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임금체불 문제를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규정하며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영훈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반드시 인정하겠다"고 말하면서, 법정형 상향은 물론 행정·형사 절차 전반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금이 미지급되는 순간부터 가계 부도와 채무 누적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또 최근 논란이 된 캄보디아 취업사기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민생 정책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해외 취업을 내세운 불법 모집, 불투명한 소개 수수료, 현지 근로조건 속임수 등을 겨냥해 모니터링 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당정은 유사 사건에 대한 상시 점검과 피해자 구제 절차를 정비해 재발 방지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공유했다.

 

청년 일자리와 노동 현장 관리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당정은 지방 소재 500인 이상 사업장까지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데 뜻을 모았다. 대도시 대기업 중심으로 집행되던 기존 제도를 지역 대규모 사업장까지 넓혀 청년 채용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근로감독 인력을 증원해 현장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고, 공공 발주 건설 공사에 적용되는 임금구분지급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확산하기로 했다. 원·하청 관계에서 임금이 용도별로 구분돼 지급되도록 해 중간 단계에서의 누수와 체불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는 산업재해 예방과 정년 연장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은 "노동 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노동자의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민생과 직결된 정책과 제도를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며 "노동자의 안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규제·지원 정책 재정비 필요성을 환기한 셈이다.

 

정년 연장 논의와 관련해서도 입법 추진 의지가 재확인됐다. 안호영 위원장은 "정년 연장을 통해 일자리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법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인사 시스템과 연금 제도 개편을 포괄하는 종합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주영 의원은 정년 연장 입법 시점에 대해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면서도 "정년 연장 특위에서도 마무리되지 않아 당장 타임라인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련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사회적 합의와 국회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당정은 이날 협의회에서 노동 현장 안전, 임금체불 근절, 청년 고용, 고령층 일자리 안정까지 아우르는 민생 패키지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정년 연장 관련 법안이 구체 입법안으로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여야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임금체불 처벌 강화와 노동자 안전 대책을 놓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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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고용노동부#임금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