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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AI 해석력 높였다…딥노이드, RSNA서 임상 성과 입증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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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영상의학 분야의 임상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알고리즘 정확도 경쟁을 넘어 신뢰성, 해석 가능성, 재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의료 AI 기업 딥노이드는 북미영상의학회 주관 정기학술대회 RSNA 2025에서 관련 연구 초록 5편이 채택되며 이 같은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국내 의료 AI 기업의 글로벌 임상 경쟁력 검증 단계로 접어드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노이드는 20일 의료 AI 모델을 활용해 실제 임상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 초록 5편이 RSNA 2025에서 채택됐다고 밝혔다. RSNA는 1915년 설립된 세계 최대 영상의학회로, 157개국 5만1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정기학술대회는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리며, 지난해 기준 전 세계 700여 개 기업과 3만8천여 명이 참가한 글로벌 영상의학 허브로 꼽힌다.

이번에 채택된 딥노이드의 초록은 영상의학 각기 다른 모달리티를 다루면서도 공통적으로 의료 AI 모델의 신뢰성, 해석 가능성, 임상적 재현성 고도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단순 성능 수치 향상이 아니라 실제 판독 과정 개선과 오류 감소, 다기관 환경에서의 일관된 성능 확보 등을 임상 데이터로 제시해 학문적 의의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세부 연구를 보면 먼저 흉부 X선 촬영 방식에 따른 성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중 학습 구조가 소개됐다. 흉부 X선은 일반적으로 서서 촬영하는 PA와 누운 자세의 AP 방식으로 나뉘는데, 영상 특성이 달라 AI 진단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현장 문제로 지적돼 왔다. 딥노이드는 두 촬영 모드의 특성을 동시에 학습하는 듀얼 태스크 러닝 구조를 적용해 격차를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AP 촬영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적용될 경우 취약 환경에서의 진단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연구는 비전 언어 모델을 활용한 흉부 X선 판독 오류 탐지에 초점을 맞췄다. 비전 언어 모델은 영상과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는 AI로, 영상 소견과 판독 문장을 연관 지어 학습하는 구조다. 딥노이드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보고서를 AI가 이중으로 검토하는 더블 리딩 보조 모델을 구현해, 누락된 병변이나 표현 오류를 자동 표시하는 방식을 평가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판독 시간 증가 없이 보안망 역할을 할 수 있어, 실제 임상 도입 시 재판독에 따른 인력 부담을 줄이면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세 번째 초록은 역시 비전 언어 모델이 생성한 히트맵을 활용해 흉부 X선 판독문의 시각화 성능과 임상 활용성을 검증한 내용이다. 히트맵은 AI가 어떤 부위를 보고 특정 소견을 도출했는지 색상으로 표시하는 기술로, 그 자체가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연구진은 판독문과 연결된 히트맵이 실제 병변 위치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정량 평가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이해도와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블랙박스형 AI의 한계를 보완해 의료진이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설명 가능 AI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네 번째 연구는 범용 세그멘테이션 AI 모델 SAM에 뇌혈관 데이터를 추가 학습해 뇌동맥류 자동 탐지와 분할 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비교한 내용이다. SAM은 다양한 이미지를 대상으로 사전에 학습된 범용 분할 모델로, 의료 영상에 직접 적용할 경우 해부학적 구조의 복잡성과 해상도 특성 때문에 한계가 지적돼 왔다. 딥노이드는 뇌혈관 CT 데이터를 활용해 SAM을 추가 학습시키는 전이 학습 구조를 도입하고, 섬세한 혈관 구조와 동맥류 경계를 얼마나 정밀하게 분할하는지 평가했다. 뇌동맥류의 경우 조기 발견 여부가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동 탐지와 정량화가 가능해지면 응급 상황 대응 속도와 진단 일관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기대가 크다.

 

다섯 번째 초록은 딥노이드의 폐결절 CADx 시스템 딥렁의 진단 성능을 다기관 임상시험으로 검증한 결과를 다뤘다. CADx는 단순 검출 보조를 넘어 악성 가능성 등 진단적 판단을 지원하는 고도화된 보조 시스템을 의미한다. 연구는 서로 다른 장비,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여러 의료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의 재현성과 일반화 성능을 평가했다. 국내외에서 AI 의료기기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특정 병원 데이터 의존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 다기관 검증을 통과한 시스템만이 글로벌 규제기관과 병원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딥노이드는 학술 발표와 함께 현장 소통도 강화한다. 12월 1일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RSNA 2025 세미나에서 차세대 모달리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강연은 딥노이드 AI연구소 AI선행기술팀 최교윤 선임 연구원이 맡아, 새로운 영상 모달리티와 멀티모달 AI 융합 방향, 임상 적용 시 고려해야 할 데이터 품질과 윤리 이슈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의료 기관과 연구자, 정책 관계자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국가 차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시 부스 운영을 통한 제품 시연도 병행한다. 딥노이드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RSNA 전시장에서 글로벌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뇌혈관 질환 진단 보조 솔루션 딥뉴로와 생성형 AI 기반 흉부 X선 판독 소견서 초안 생성 솔루션 M4CXR을 소개한다. 딥뉴로는 뇌졸중 등 중증 뇌혈관 질환의 조기 진단을 돕는 AI 솔루션으로, CT·MR 영상을 분석해 의심 병변 위치를 제시하고 정량 지표를 제공하는 구조다. M4CXR은 대규모 병원 PACS와 연동해 흉부 X선 영상과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독 소견서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종 검토와 수정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의료 영상 AI가 연구 단계를 넘어 진료 워크플로우 일부로 자리 잡는 흐름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응급실 CT 뇌출혈 분석, 폐암 검진 CT 폐결절 탐지, 유방촬영의 조기 암 의심 병변 표시 등에서 AI 솔루션이 상용화됐다. 다만 실제 병원 도입 여부는 규제 승인뿐 아니라 임상 근거의 수준, 다기관 재현성, 의료진 워크플로우와의 궁합이 좌우한다. 딥노이드가 RSNA에서 다양한 모달리티와 현장 문제를 겨냥한 연구를 동시에 제시한 배경에는, 학계 검증을 통해 글로벌 병원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의료 AI가 식품의약품 관련 규제와 요양급여 체계 안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가 마련됐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AI가 진단 보조인지, 판독 효율 개선 도구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근거와 비용 보상 구조가 달라진다. RSNA와 같은 글로벌 학회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활용 사례는 향후 제도 논의 과정에서 참고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기관 시험과 대규모 해외 병원 파일럿이 늘어날수록, AI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 데이터 보안, 설명 가능성 등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RSNA 초록 채택을 두고 의료 AI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학회를 계기로 글로벌 잠재 고객과의 직접 소통과 피드백 확보,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확대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딥노이드의 행보가 국내 의료 AI 기업의 해외 임상 검증 모델로 작용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앞으로 의료 AI가 실제 병원과 환자에게 가치를 증명하고 제도권 안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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