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정상화 60주년 성숙한 동반자 강조”…제주서 열린 한일·일한협력위 합동회의
한일관계의 미래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제주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일 양국 정치권과 외교 라인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2일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서 제58회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가 열렸다. 올해 합동회의에는 아소 다로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 겸 일한협력위원회 회장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이대순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등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개회식에서 김기병 한일협력위원회 이사장 겸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개최지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도시인 제주에서 개최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번 회의가 미래에 한일 간 이해 협력과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광·교류 거점으로 부상한 제주를 발판으로 양국 간 민간 협력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축하 서신을 보내 양국 관계의 성숙도를 부각했다. 그는 “올해는 양국이 국교 정상화를 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로 환갑의 나이에 걸맞게 한일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하고 단단해지고 있다”며 “양국이 더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일·일한협력위가 큰 힘이 돼달라”고 했다. 한일협력위원회가 정부 간 외교를 보완하는 민간 플랫폼 역할을 이어가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측에서도 최고위 정치권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축하 서신에서 “한일·일한 협력위원회는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위원회의 무궁한 발전과 양국 관계의 도약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색과 완화를 반복해 온 양국 관계 속에서도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가 완충 장치이자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재확인한 셈이다.
한일·일한협력위원회는 1969년 설립된 민간 협력 단체로, 정치·외교 현안이 경색될 때마다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매개로 소통 통로를 유지해 왔다. 양측 위원회가 함께 여는 합동회의는 양국 민간 교류의 상징적 장으로, 정계와 재계, 학계 인사가 두루 참여해 실질 협력 의제를 논의해 왔다.
이날 개회식에 이어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 방안이 주제로 다뤄졌다. 미중 경쟁 심화, 공급망 재편, 안보 지형 변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한일 양국이 어떤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를 설계할지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경제안보, 신산업, 청년 교류 등 의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한일 간 공조의 폭과 깊이가 향후 동북아 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역사 문제와 국내 정치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민간 협의체의 논의가 실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한편 한일·일한협력위원회는 심포지엄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 정부에 전달할 정책 제언을 정리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향후 정상외교와 외교장관 회담 등에서 민간 논의 내용을 참고해 한일 협력 어젠다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