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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고도화로 1위…HK이노엔, 바이오 업계 재편 예고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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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수준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HK이노엔이 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로부터 4회 연속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업계 최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탄소배출과 인권, 공급망 리스크를 투자·파트너십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ESG 수준이 바이오 밸류체인 재편을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섹터 내 ESG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은 서스틴베스트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ESG 평가 결과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서스틴베스트 정기 평가에서 4회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했다. 더불어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상장사 1299곳을 대상으로 선정한 2025년 하반기 ESG Best Companies 100 가운데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그룹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약·생명공학 및 바이오 섹터 100개사 중에서도 최상위로 이름을 올리며 업종 내 ESG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주요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들이 참고하는 대표 ESG 평가 기관 가운데 하나로, 평가 등급은 장기 투자와 책임투자 전략 수립에 반영된다. AA 등급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우수한 관리 체계와 성과를 보유한 기업에 부여된다. HK이노엔이 연속으로 같은 등급을 확보한 것은 단발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공헌을 넘어, 경영 전반에 ESG 요소를 구조적으로 내재화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술·운영 측면에서 HK이노엔은 환경 부문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의 이행 속도를 높이며, 공시 범위를 넓혀 데이터 투명성을 강화했다.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고, 주요 제품에 대해 전과정평가를 수행했다. 전과정평가는 제품의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단계에서 환경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향후 설계 변경과 생산 공정 개선, 포장재 경량화 등 환경전략 수립의 정량적 근거가 된다. 향후 제약 공장 에너지 효율화나 친환경 원료 전환 같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결정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 부문에서는 공급망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사전 리스크 통제력을 높였다. 중요 공급망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윤리 등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ESG 교육을 운영했다. 인권영향평가 범위도 협력 업체까지 넓혔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급망 전반의 노동 환경, 아동노동 여부, 산업안전 수준을 실시간 점검해 조달 여부를 결정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는 해외 파트너십과 CDMO, 원료 수출 등에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 원료와 임상 시약 공급망이 다국적 기업과 긴밀히 얽혀 있는 만큼, 공급망 차원의 ESG 관리 수준은 향후 규제 대응과 계약 체결의 필수 요건이 될 수 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ESG 성과를 경영진 핵심성과지표와 직접 연계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단기 실적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률, 안전사고 발생 건수, 공급망 인권 리스크 관리 수준 등 비재무 지표를 함께 관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임상시험 윤리, 데이터 신뢰성, 약가 투명성 등 지배구조 이슈가 규제 당국과 시장 신뢰에 직결되는 만큼, KPI 연계는 중장기 리스크를 줄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ESG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필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연기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환경성과와 인권, 지배구조 이슈를 반영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특히 탄소 집약도가 높은 화학·제약 부문은 기후 리스크 공시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미흡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 주요 규제 기관도 의약품 생산 공정의 환경영향과 임상시험 대상자의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은 수출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을 마주할 여지도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을 확대하고, 공시 제도를 통해 ESG 정보의 정합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동물실험 윤리, 임상 데이터 보호, 제조시설 안전 기준 등 규제와 ESG가 맞물리는 지점이 넓다. HK이노엔처럼 공급망 인권과 환경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K바이오 관련 규제·지원 정책 설계에도 참고 지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HK이노엔의 이번 평가 성과가 단기적인 평판 관리뿐 아니라, 실제 사업 전략과 자본 조달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공급망 범위까지 관리 체계를 넓혀 ESG 역량과 지원체계를 공고히 하고, 공급망 전반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HK이노엔의 행보가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ESG 수준을 끌어올리며, 실제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 요인으로 작동할지 주시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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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서스틴베스트#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