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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동차 성장잠재력 재부상”…한국자동차연구원, 전동화 완충지대→글로벌 전략지 분석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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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완성차 시장이 글로벌 3위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낮은 승용차 보급률과 특유의 사회 구조, 완만한 전동화 규제가 맞물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 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됐다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밝혔다. 연구원은 인도 자동차 수요가 아직 성숙기에 도달하지 않았고, 이륜차 중심의 교통 생태계와 계층화된 사회 구조가 향후 승용차와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동화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점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게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활용한 수익 창출의 여지를 제공하며, 공급망 다변화 흐름 속에서 인도의 생산·수출 거점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공개한 인도 완성차 시장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의 승용차 보급률은 인구 1천명당 34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772대, 유럽연합 560대, 한국 455대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로, 인도 시장이 여전히 초기 확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연구원은 약 14억5천명에 달하는 인구와 연간 6% 이상을 유지하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중산층 확대와 소득 증가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도에서 판매된 사륜차는 525만9천대였던 반면, 이륜차와 삼륜차를 포함한 이륜·삼륜차 판매는 총 2천34만9천대로 기록돼, 이동 수단의 중심축이 아직 이륜차에 놓여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인도 자동차 성장잠재력 재부상”…한국자동차연구원, 전동화 완충지대→글로벌 전략지 분석
인도 자동차 성장잠재력 재부상”…한국자동차연구원, 전동화 완충지대→글로벌 전략지 분석

연구원은 인도에서 이륜차 보급률이 인구 1천명당 185대에 달하는 점을 주목했다. 생활·통근 수단으로 정착한 이륜차가 향후 소득 증가와 교통 인프라 개선, 금융 접근성 제고를 배경으로 승용차로 대체되는 수요를 대거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이륜차 보급 구조는 승용차 수요의 저수지로 기능하며 향후 10년 이상에 걸친 구조적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동시에 인도 각지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오토릭샤와 소형 삼륜차 수요 또한 경제 활동과 도시 교통 패턴 변화에 따라 점진적 업그레이드 수요를 낳을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인도 사회의 지역·계층·성별·종교별 분절 구조가 모빌리티 서비스 측면에서는 독특한 기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주별 경제력 격차가 최대 10배에 이르고 성별 노동참여율의 차이가 40%포인트를 뛰어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 양식과 이동 패턴이 집단별로 뚜렷하게 갈라져 있어, 동일한 국가 안에서도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지불 능력이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 모빌리티 서비스는 택시, 오토릭샤, 오토바이 기반 배달 및 승차 서비스, 자전거 기반 이동 수단 등 복수의 교통 수단과 서비스 모델이 병존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플랫폼 경제의 일반적 경향과 다른 인도 시장의 특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소수 기업의 과점 체제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인도의 계층화되고 분절된 사회 구조는 다종의 서비스가 공존하며 저마다의 틈새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규모가 방대해 각각의 세분 시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형성되기 때문에, 특정 계층과 지역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토대가 조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현지 스타트업과 완성차 업체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평가됐다.

 

전동화 정책 측면에서도 인도는 선진국과 다른 궤적을 보이며 완충지대로서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수준으로 파악됐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이 강도 높은 전동화 규제와 보급 목표를 제시하며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것과 달리, 인도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당분간 공존하는 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 전동화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 점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게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활용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대형 시장 중 하나로서 인도를 각인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인도가 파워트레인 전동화 규제의 완충지대로 기능하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 시장으로서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인도 소비자 특성과 도로 환경, 에너지 인프라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제적으로 투입할 경우, 높은 수익성과 함께 글로벌사우스 전반에 통용될 수 있는 플랫폼과 사양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도 시장을 대상으로 축적한 경험과 설계 철학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유사한 도로·정책 환경을 가진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공급망 측면에서의 전략적 가치도 부각됐다. 보고서는 완성차 업계가 중국 중심 공급망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도의 생산 및 수출 기지로서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력과 내수 시장을 동시에 보유한 인도는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면서도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생산기지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인도가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부품·소재·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복합 제조·개발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인도 자동차 시장이 높은 잠재력과 함께 구조적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차량과 서비스 모델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만큼, 각 세그먼트에 대한 정교한 제품 전략과 가격 정책, 금융 솔루션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흡한 인프라, 정책 변동성, 행정 절차 등 전통적인 리스크 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이 수반될 때에만 장기적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인도가 글로벌 3위 완성차 시장으로 부상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낮은 승용차 보급률, 방대한 이륜차 기반 수요, 분절된 사회 구조, 완만한 전동화 규제,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중첩된 드문 시장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인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완성차 기업과 모빌리티 플랫폼, 부품·소프트웨어 업체에게 인도가 단기 판매 확대뿐 아니라 중장기 기술·제품 전략을 검증하고 확장하는 시험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인도의 정책 방향과 인프라 투자 속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연계 양상에 따라 인도 자동차 산업의 위상은 한층 더 가파른 속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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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인도자동차시장#전동화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