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1.43% 반등 마감…기관 3,338억원 매수에 4,050선 회복

강태호 기자
입력

코스피가 17일 인공지능 AI 버블 논란과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둘러싼 경계심 속에서도 전날 급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4,050선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매수세가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하면서도, 환율과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단기 등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향후 마이크론 실적과 일본은행 BOJ 금융정책 결정이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28포인트 1.43 퍼센트 오른 4,056.41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4,019.43으로 출발해 한때 3,994.65까지 밀렸으나 재차 4,000선을 회복한 뒤, 오후 2시 30분을 기점으로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며 장중 4,060.24까지 올랐다.

코스피 1.43% 상승해 4,056.41 마감…기관 3천338억원 순매수
코스피 1.43% 상승해 4,056.41 마감…기관 3천338억원 순매수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338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은 장 초반까지 매수 우위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3,37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 약 2조원 규모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6억원 순매도에 그치며 매도 강도를 크게 줄였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코스피200선물에서 2,586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현물과 선물 모두에서 매도 압력이 완화되는 양상을 연출했다. 코스피200선물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651억원, 2,170억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대외 여건은 엇갈렸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는 각각 0.62퍼센트, 0.24퍼센트 하락한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0.23퍼센트 상승 마감했다. 미국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6만4,000명 늘어 시장 전망치인 5만명 증가를 웃돌았지만, 실업률이 4.6퍼센트로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용시장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는 한국시간 18일 새벽 예정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남아 있었지만, 테슬라가 3.07퍼센트 상승하고 최근 급락했던 AI 관련주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반적으로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전날 2퍼센트 넘게 조정을 받았던 국내 증시는 AI 관련주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는 가운데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 강세가 지수 회복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96퍼센트 오른 10만7,900원에, SK하이닉스는 3.96퍼센트 상승한 55만1,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금융과 일부 지주사도 상승 흐름에 동참하며 신한지주 0.79퍼센트, SK스퀘어 0.71퍼센트, 기아 0.58퍼센트, KB금융 0.49퍼센트 등이 올랐다.

 

반면 방산·바이오·조선·2차전지 관련 종목은 약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33퍼센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23퍼센트 하락했고 HD현대중공업과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0.95퍼센트, 0.60퍼센트 내리며 대형주 내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3.51퍼센트와 섬유·의류 3.41퍼센트가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금속 1.73퍼센트, 보험 1.54퍼센트, 전기·가스 1.35퍼센트, 의료·정밀 1.29퍼센트 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증권 1.85퍼센트 하락, 기계·장비 1.51퍼센트 하락, 제약 1.43퍼센트 하락, 음식료·담배 0.78퍼센트 하락 등 일부 업종은 약세를 이어가며 업종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흐름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내내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두 연구원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대부분 업종에서는 순매도 기조를 유지한 반면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강한 매수세를 집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데다 외국인 매도 기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단기 지수 등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또 한국시간 18일 새벽 발표될 마이크론 실적에 따라 AI 수익성 악화 논란이 진정될지, 오는 19일 예정된 일본은행 BOJ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글로벌 채권 금리 방향성과 환율 안정성이 회복되는지가 향후 국내 증시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함께 BOJ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글로벌 자금 흐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장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04포인트 0.55 퍼센트 떨어진 911.07에 마감했다. 지수는 922.03으로 0.65퍼센트 상승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 전환해 오후 2시 29분께 907.24까지 밀리는 등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233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631억원, 119억원을 순매수해 하방을 방어하는 수급 구조를 형성했지만, 외국인 매도 물량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가 1.97퍼센트, 리노공업이 1.69퍼센트, HLB가 0.65퍼센트 각각 상승했다. 반면 바이오와 로봇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지며 펩트론 8.11퍼센트 하락, 에임드바이오 7.46퍼센트 하락, 코오롱티슈진 6.73퍼센트 하락, 디앤디파마텍 6.64퍼센트 하락, 로보티즈 5.15퍼센트 하락 등 다수 종목이 크게 밀렸다.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활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대금은 12조9,099억원,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2조1,51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을 합친 거래대금은 3조9,209억원을 기록해 대체거래 플랫폼에서도 규모 있는 거래가 이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 여부와 함께,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 향방은 마이크론 실적과 BOJ 금융정책 결정, 원달러 환율 흐름 등 대외 변수와 함께 연말을 앞둔 기관 수급 동향에 좌우될 전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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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삼성전자#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