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품에 안기다”…인제에서 만나는 자연과 쉼의 온도
여행의 목적이 달라졌다. 어디론가 떠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을 되돌아보는 느린 시간으로 남는다. 인제군의 설악산 자락은 그런 여행자들에게 쉼과 깊이를 허락한다.
요즘 인제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려한 내설악과 소양호의 물빛은 계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율곡로를 따라 깊은 산길을 오르다 보면 백담사가 고요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사계절 숲이 에워싼 이곳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렀던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찰에 들어서면 계곡물 소리가 번잡함을 씻어내는 듯해, 나 자신을 조금 더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백담사에서 6킬로미터 남짓 더 들어가면 암자 오세암에 닿는다. 신라 자장율사의 숨결이 남은 암자, 동자승의 전설도 이곳에 깃들어 있다. 숲길과 바위가 어우러진 오르는 길은 누군가의 마음을 닮은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여행자는 “오세암에서의 고요함이 오래도록 가슴을 울렸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자연 기반의 여행지가 세대 구분 없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설악산과 소양호가 위치한 인제는 계절별 자연 관광지 순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상 부근 한계령에서는 시야에 설악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긴 도로를 오르다 차를 멈추고, 잠시 바람과 맞닿는 순간 많은 이들이 “가슴이 뻥 뚫린다는 느낌”을 남긴다. 커뮤니티에도 “한계령에서 바라본 산 능선이 평생 기억날 것 같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남면 소양호 전망의 초록앤숨은 자연 속 카페로, 커피 한 잔에 평화로움이 더해진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는 체험담처럼,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진 공간은 요즘 여행자들의 새로운 쉼의 풍경이다.
전문가들은 “자연에 머무는 경험은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재정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라 설명한다. ‘나만의 속도로 걷는 길’, ‘단순히 풍경을 소비하는 게 아닌, 내 마음을 돌아보는 여행’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다.
결국 여행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사소한 쉼과 풍경, 그 안에 스며드는 감정이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준다. 작고 평범한 여행지에서 조용히 얻는 위로가, 오늘 우리의 삶을 조율해 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