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중단하라”…손경식 경총 회장, 산업 현장 혼란 경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제계 지도자로 인정받아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서 국회의 법 개정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며, 산업계가 거센 우려를 드러냈다. 최근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환경노동위원회 관문을 넘어서자, 정부와 여야를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취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단독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은 노동조합법 개정을 둘러싼 경영계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며, 산업 현장의 위기와 혼란 가능성을 거듭 환기했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항을 담은 것이 골자다. 손 회장은 “법이 개정돼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청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파업이 잦아지면, 원청 기업들이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 이전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이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와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손 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돼,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잦고 과격한 분규가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 일자리까지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해당 법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부담과 급여 압류 등 근로자 권익 보호를 취지로 발의됐으나, 경총은 손해배상 상한 설정과 급여 압류 금지 등 현실적 대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여당 지도부와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대안도 제시했지만, 경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노동계 요구만 법안에 담겼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 대한 유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사용자 책임 확대와 손해배상 부담 완화가 첨예한 논쟁거리로 부상하며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당은 산업현장 혼란과 기업 경영권을 우려하는 입장이며, 야당은 하청노동자 권리와 실질적 교섭력 보장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대립은 이번 정기 국회 최대의 갈등 사안으로 떠올랐다.
경제계는 법 통과 시 국가 경쟁력 저해와 산업 구조 불안정성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오랜 기간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갑질 원청에 시달려온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는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정국은 노동현장 안정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법안의 향방을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추가 협의와 절충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