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독점 중계”…디즈니플러스, 롤 팬 잡기 승부수 → OTT 시장 구도 변화 촉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e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뛰어들며 시장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한국e스포츠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디즈니플러스에서 2025 KeSPA CUP 등 리그 오브 레전드(롤) 대회를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계약에 따라 KeSPA CUP 국가대표 선발전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콘텐츠, 평가전, 오리지널 영상 등도 플랫폼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주로 디즈니, 픽사, 마블 등 가족·여성 시청층 기반의 원천 콘텐츠(IP)에 강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롤은 20~30대 남성 중심의 두터운 팬덤을 가진 국내 대표 e스포츠다. 이번 계약으로 디즈니플러스는 기존 가족 단위에서 젊은 남성 시청자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OTT 이용자가 실시간 라이브 경기에 맞춰 플랫폼에 접속하고, 부가 콘텐츠 시청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전략은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브랜드 ESPN을 소유한 디즈니의 스포츠 중계 경험과 맞물려 OTT 영역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ESPN이 쌓아온 스포츠 중계 노하우가 디즈니플러스의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에 적용될 경우, 스포츠·e스포츠 팬에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국내 OTT 후발주자들 사이에서 스포츠 중계가 핵심 경쟁 전략으로 부상 중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선도 기업이 예능·드라마 위주 콘텐츠에 집중하는 한편, 쿠팡플레이는 이미 축구, F1, 배구 등으로 활발한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티빙 역시 프로야구(KBO) 중계를 기반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대폭 늘렸다. 디즈니플러스가 e스포츠 분야를 선택한 것도 국내 강세 종목의 충성도 높은 시청자 기반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비정규 컵 대회 중계만으로 유의미한 신규 가입자 유입을 견인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e스포츠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이미 주요 포털과 유튜브에서 무료로 시청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가 실시간 스트리밍 역량을 갖췄을 때 스포츠·e스포츠 중계 확대는 필연적 흐름이지만, 실제 유료 전환 동력으로 연결되려면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동된 이용자 경험 강화가 관건"이라고 봤다.
산업계는 이번 시도가 경기 콘텐츠만 단순 중계하는 수준을 넘어, 팬덤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콘텐츠, 이용자 요구가 교차하는 OTT 시장 내 스포츠 중계 도입의 실효성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