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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나노, 이노스페이스 첫 상업발사 도전…민간 우주발사 새 국면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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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발사체 기술이 한국 우주 산업의 구도를 바꾸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첫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가 우주로 향하는 마지막 발사 시도에 나서며, 한국도 민간 중심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을 앞둔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과 공공 중심이던 우주 개발 체계에 민간 발사 서비스가 더해질 경우, 향후 저궤도 통신 위성·지구관측 위성 수요를 둘러싼 산업 경쟁 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한국시간 23일 오전 10시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한빛나노 발사 재시도에 나선다고 밝혔다. 당초 같은 날 새벽 3시 45분 발사를 계획했지만, 브라질 공군 기상대가 현지 시각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 시간당 3밀리미터 이상의 강우를 예보하면서 일정을 늦췄다. 이후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발사 운용 절차를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한빛나노는 발사 지연 기간 내내 발사대 위에 수평으로 누운 상태에서 대형 방수 천막으로 덮여 보호됐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상 상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든 뒤 23일 오전 5시 47분 발사체를 수직으로 기립하고 각종 기능 점검을 완료했다. 오전 6시 27분부터는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된 추진제 충전에 들어갔다. 방수 천막 철수부터 발사체 수직 기립, 추진제 주입, 카운트다운, 점화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에 약 6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발사 시각이 오전 10시로 설정됐다.

 

이번 발사는 이노스페이스가 설계한 소형 액체로켓 계열 한빛 시리즈의 첫 상업 임무 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빛나노는 상대적으로 작은 탑재체를 목표 궤도로 올리는 기술 검증 성격을 띠지만, 실제 상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발사 서비스임을 내세우고 있다. 추력 제어, 연소 안정성, 1단과 2단 분리, 궤도 진입 정확도 등 발사체 기술의 핵심 요소를 한 번에 검증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향후 대형급 발사체로의 확장성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이노스페이스의 발사 운영 단계도 본격적인 상업 발사체 운용 절차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우선 발사체는 수평 조립 후 발사대에 옮겨진 뒤, 기상 상황과 장비 상태를 고려해 발사 직전 수직 기립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는 글로벌 상용 발사 서비스 기업들이 채택한 운용 모델과 유사하다. 추진제 충전도 연료와 산화제를 분리 관리해 안전성을 높이면서, 발사 직전 일정 시간 동안만 탱크에 주입하는 크라이오제닉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절차를 자체적으로 설계·운영하는 역량이 확보돼야만 다수의 상업 발사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빛나노는 이미 두 차례 기술적 이슈로 발사를 연기했다. 첫 발사 시도였던 18일에는 1단 산화제 공급계의 냉각장치 이상이 탐지돼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 이 단계는 산화제의 온도를 낮춰 연소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이상 상태에서 무리한 발사 시도가 이뤄질 경우 연소 불안정이나 엔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차 시도였던 20일에는 발사체 지상 전력 공급계 문제와 함께, 2단 액체 메탄 탱크 배출 밸브에서 긴할적 미작동 상태가 감지됐다. 고단 엔진의 추진제 계통에 결함이 생기면 목표 궤도 진입이 실패하거나 임무 중단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노스페이스는 발사 연기를 선택했다.

 

연이은 연기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과정을 상업 발사 서비스 진입을 위한 필수적인 안전 확보 단계로 친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발사 서비스 기업들도 초기 발사 단계에서 반복적인 카운트다운 중단과 재시도를 거치며, 계측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신뢰성을 확보해 왔다. 실제로 글로벌 발사 시장에서는 성공률뿐 아니라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발사를 중단하는 체계 자체가 안전성과 기술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한빛나노의 발사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진행된 점도 산업적 의미가 크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지구 자전에 따른 추가 속도를 활용할 수 있어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연료를 줄일 수 있다. 세계 여러 민간 발사 기업이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등 적도 또는 고립 해안 지역 발사장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이노스페이스 역시 브라질 공군과의 협력 구조를 통해 해외 발사 인프라를 선점하며, 향후 다국적 발사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 발사 시장 경쟁도는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페이스엑스가 재사용 발사체를 앞세워 발사 단가를 크게 낮추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로켓랩 등 소형 발사 전문 기업들도 자체 발사장을 기반으로 정기 발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역시 공공 발사를 넘어 민간 기업에 발사 인프라를 개방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한국 이노스페이스가 한빛나노 발사에 성공해 신뢰성을 입증할 경우, 동아시아 발사 서비스 공급망의 다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한편 한빛나노의 이번 발사 시도는 설정된 발사 윈도우의 마지막 기회에 해당한다. 기상 악화나 추가 기술 결함으로 인해 23일 오전 10시에 발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가장 빠른 차기 발사 일정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발사 윈도우는 기상, 발사장 배치, 공역 통제, 협력국 군사 작전 일정 등 복합 변수를 고려해 사전에 설정되기 때문에, 한 차례 윈도우를 놓치면 다시 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국내 우주 산업계는 이번 발사 결과가 향후 민간 주도의 발사 서비스 생태계 조성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성공할 경우 이노스페이스는 추가 상업 발사 수주와 대형 발사체 개발 자금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고, 실패하더라도 축적된 데이터와 해외 발사장 운영 경험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한빛나노가 한국 첫 민간 상업 발사 성공 사례로 기록될지, 아니면 다음 발사 윈도우를 준비하는 중간 단계로 남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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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한빛나노#브라질알칸타라우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