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지붕 아래로 스며든 가을 햇살”…전주에서 만나는 고즈넉한 시간
날이 좋은 날, 한옥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과 함께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전통 문화라 하면 낡고 어려운 것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특별한 일상'이 됐다. 전주는 그 가운데서 고즈넉함과 생기를 모두 품고 있는 도시다.
요즘엔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거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수백 채 기와가 이어진 골목길, 찻집과 공예품 상점, 향긋한 길거리 주전부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곳의 명물이다. SNS엔 "한옥마을에서 사진 찍었어요", "모주 만들기 정말 특별했다"는 인증 글이 줄을 잇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여행객들은 전주를 ‘전통의 감성’과 ‘체험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찾는다. 전통과 현대의 사이, 가을 햇살과 한옥 처마 아래로 스며드는 시간을 걷는 이들이 많다. 날씨마저 완벽하다. 이날 전주 하늘은 맑은 29.5도, 바람도 잠깐 뺨을 스치는 살랑임이었다.
한옥마을 중심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전주경기전이 있다. 울창한 대나무 숲, 오래된 전각, 넓고 조용한 경내를 거닐다 보면, 북적이던 골목과는 다른 고요가 마음을 채운다. "여기선 마음이 느긋해지는 것 같다"는 방문객의 고백, 그리고 "가을이 오면 더 자주 생각난다"는 댓글이 닿는다.
한옥마을 태조로에선 전주 대표 술, 모주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계피, 감초, 대추, 인삼 등 한약재를 손수 넣어보며 전통방식의 제조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한옥의 느긋한 공기 속에 자신만의 추억이 더해진다. 연인, 친구, 가족이 함께 테이블을 나눠앉아 웃음 짓는 풍경도 이제 전주의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의미 있는 느림의 체험’이라 부른다. 전주가 주는 느긋한 속도가, 빠른 일상의 불안을 잠시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혼자라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은 여행지"라는 반응이 퍼진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라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느긋함이나 오래된 정취, 새로운 경험을 한 발 더 가까이 만나는 중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