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넘는 투혼”…노경은·김진성, 불펜 마운드 평정→역대급 세대 교체 신호탄
조명이 쏟아지는 서울 잠실구장 불펜 마운드에서 노경은과 김진성의 존재감이 진하게 드리웠다. 구장을 채운 팬들은 40대를 넘긴 두 투수에게 뜨거운 지지와 박수를 보내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오랜 시간 마운드를 지켜온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함께했다. 노경은이 2023시즌 38홀드로 역대 최고령 홀드왕의 반열에 올랐고, 올해도 29홀드를 추가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진성은 올 시즌 70경기 6승 3패 1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불펜 부문의 최정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선수는 모두 프로 19년 차의 베테랑이다. SSG 랜더스 소속 노경은(1984년생)과 LG 트윈스 김진성(1985년생)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시절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방출이라는 쓴 경험을 나란히 겪으며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노경은은 2021시즌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고, 입단 테스트로 SSG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김진성 역시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뒤 LG 트윈스에서 기회를 찾아냈다.

불혹을 지나 맞이한 두 번째 전성기 속에서 노경은은 지난해 41세 3개월 15일에 개인 통산 100홀드를 돌파하면서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록은 종전 김진성이 기록했던 38세 6개월 28일을 뛰어넘었다. 김진성은 2023시즌 연속 20홀드 이상 달성하며 LG 불펜의 핵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2024시즌에도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현재 홀드 부문 1, 2위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진성은 70경기 출전으로 팀 내 최다 등판을 소화하고 있고, 노경은 역시 69경기에서 안정된 구위를 유지하며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인 노경은의 견고함은 SSG의 불펜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했다.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서로에 대한 자극은 두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노경은은 “김진성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투수”라고 전하며, 김진성은 “노경은 형의 경기를 보며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팬들은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가 각각 리그 1위와 3위를 지키고 있는 현재, 두 선수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함께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김진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형과 나란히 서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내보였고, 노경은 역시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마무리하자”는 각오를 전했다.
경력이 긴 두 선수의 맞대결은 KBO리그 불펜의 기록 경쟁을 넘어 또 하나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게 됐다. 노경은은 “컨디션 관리 덕분에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가고 있다”며 매 경기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성은 “46세까지 함께 야구를 하다 은퇴하자”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시즌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는 지금, 이들의 동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KBO리그 가을야구가 펼치는 또 다른 드라마에서, 불혹을 넘긴 두 투수의 묵직한 존재감이 팬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