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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수술 거부 차별”…진료 공백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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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수술 거부 차별”…진료 공백 우려 커진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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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을 향한 의료 현장의 차별이 산업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성질환으로 관리가 가능함에도 불구, 응급상황에서조차 진료 거부 등 의료서비스 공백이 이어지며 환자 안전과 인권 지침 강화 요구가 높아졌다. 업계는 HIV 감염에 대한 의료 인식이 여전히 과거 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현장 차원의 개선책이 마련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손민수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KNP+) 대표는 서울에서 열린 ‘HIV 차별과 편견 종식을 위한 RED마침표 캠페인’ 간담회에서, 실제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HIV 감염인이 13시간 이상 여러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한 사례를 공개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 상당수는 사회적 낙인과 우울감을 넘어 수술·시술 거부 등 구체적 의료 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등을 통해 전파되며, 치료제의 등장 이후 만성질환화가 진행됐다. HIV 감염은 조기진단과 꾸준한 약물 복용만으로 바이러스 검출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억제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는 타인 전염 우려 역시 사라지는 것으로 의료계는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당수 의료기관에서는 HIV 감염인에 대해 비표준적 소독, 장갑 착용 등 ‘과잉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KNP+와 러브포원이 실시한 설문에서도, 국내 HIV 감염인 799명 중 47%가 병원을 ‘우호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답했다. 최근 5년간 의료기관 내에서 별도의 기기·공간 사용, 병원 직원의 부정적 태도, 수술·시술 거부 등을 경험한 비율은 51.9%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를 의료진의 감염병 전문성 부족 및 사회적 낙인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해석한다.

 

글로벌 보건 기구와 정부 지침 역시 HIV 감염 진료가 일반 환자와 동일 기준에서 이뤄져야 함을 명시한다. 질병관리청 ‘2024년 HIV/AIDS 관리지침’도 HIV 감염인 진료 과정에서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필요 없다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수술·시술 거부 사례가 빈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HIV 감염을 사유로 한 수술 거부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관련 의료기관에 재교육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의료 제공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입원·수술을 거부하는 건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고 강조했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사침 노출 사고가 발생해도, 70시간 이내 HIV 예방 약제(PEP)를 복용하면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제도 내 실질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PEP 접근성 미비 등은 여전히 ‘현장 회피’로 이어지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에 대한 단순 공포가 아닌, 표준화된 의료 정보와 인권 교육 확산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의료현장의 구조적 낙인과 상식에 기반한 예방 시스템 보완이 확보될 때,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환자 안전이 동시에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해소할 근본적 대책 마련을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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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감염인#국가인권위원회#진료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