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106병상 체계 구축…경희대병원, 중증거점 도약 노린다
성인과 신생아 중환자 인프라가 결합된 최첨단 중환자실이 도심 거점병원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은 서울 동북권역에서 늘어나는 중증·응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성인과 신생아 중환자실을 동시에 증축하며,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중증질환 거점 병원으로의 체질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준비하는 주요 병원 가운데 하나인 경희대병원이 중환자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늘린 것을 중증의료 경쟁 구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경희대병원은 지난달 28일 성인·신생아 중환자실 확장 공사를 마무리하고 신규 병동 개소식을 열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확장으로 내과계 성인중환자실 26개 병상, 신생아중환자실 2개 병상이 추가되면서 병원 전체 중환자실은 106개 병상으로 늘어났다. 성인 중환자는 총 88병상, 신생아 중환자는 18병상 규모로, 단일 병원 기준 국내 상급종합병원급 중환자실 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소식에는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김종우 경희대병원장, 이은영 노조지부장과 교직원 50여 명이 참석해 증설 현황을 공유하고, 실제 진료 공간을 둘러보며 향후 운영 계획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중환자실 증축의 특징은 설계 단계부터 감염관리와 디지털 모니터링 기능을 동시에 강화했다는 점이다. 병원은 음압격리 시설을 갖춘 병상을 확대해 공기 중 전파 감염병에 대응하는 한편, 병실 간 교차감염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공조 설비와 동선 설계를 재구성했다. 중환자실 내 각 병상에는 최신 중증환자용 의료장비와 정보통신기술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집적해,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적으로는 이동 중 생체징후 연속 관찰이 가능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핵심이다. 환자가 검사실 이동이나 수술 전후 이송 과정에서도 심전도, 산소포화도, 혈압, 호흡수 등 주요 바이탈 사인이 끊김 없이 수집되고, 중앙 관제와 연동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병상뿐 아니라 병동 전체, 이송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악화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여기에 최신식 인공호흡장비와 정밀 약물 주입 장비를 결합해, 중증 호흡부전이나 패혈증 환자에게 필요한 고난도 집중치료를 정밀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병상 자체에도 디지털 안전 기술이 접목됐다. 낙상방지 센서와 심정지 알림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병상을 배치해, 환자의 움직임과 의식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병상에서 감지된 데이터는 병실 모니터와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동시에 전송돼, 간호 인력이 병실 외부에서도 위험 신호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인력당 환자 수가 높은 국내 중환자실 환경에서, 인공지능 이전 단계의 디지털 감시망을 촘촘히 깔아 의료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경희대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도 확장하며 고위험 분만과 미숙아 치료 역량을 키웠다. 고위험 산모와 저체중 출생아는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감염 차단, 호흡·영양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번 증축으로 신생아 중환자 병상은 18개로 늘어나, 분만 후 즉각적인 집중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를 자체적으로 수용할 여력이 확대됐다. 성인과 소아·신생아 중환자실이 한 병원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가족 단위의 치료 연속성과 응급 대응 속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 인프라 확충은 상급종합병원 전환을 준비하는 병원들 사이에서 핵심 투자 영역으로 꼽힌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희귀·고난도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중환자실 병상 수와 장비 수준, 인력 운영체계가 지정 평가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경희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1차 대상에 선정된 이후, 중증·필수·응급의료 역량 강화를 목표로 설비와 인력을 단계적으로 보강해 왔다.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도 중환자실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AI 기술이 가장 먼저 도입되는 공간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대형 병원은 이미 센서·모니터링 데이터와 전자의무기록을 결합해, 중환자의 상태 악화를 사전에 예측하는 알고리즘 기반 경보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도 AI가 환자 상태를 분석해 심정지 위험이나 패혈증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알려주는 연구가 병원 단위로 진행되고 있어, 이번 경희대병원의 데이터 수집 인프라 확충은 향후 AI 기반 중환자 예후 예측 시스템 도입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병원 측은 이번 투자가 단순한 병상 증가가 아니라 지역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연동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경희대병원은 지역 협력병원과의 전원 시스템을 고도화한 상생모델 3.0을 추진하며, 동네병원과 중소병원에서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환자실 수용능력이 늘어나면, 협력병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자를 담당하고, 경희대병원은 고위험·고난도 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이원화된 역할 분담이 가능해진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중환자실 개소식에서 중환자 인프라 투자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환자실 확충이 병원의 중증 진료 기능을 한 단계 높이는 기반이라며,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제공하고 서울 동북권역의 중증치료 허브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과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이 맞물린 상황에서, 이번 중환자실 확장이 향후 AI 기반 중환자 관리, 데이터 표준화, 공공의료 연계 등 추가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와 같은 디지털 중환자 인프라가 실제 임상 현장에 안착하며, 지역 단위 의료생태계 구조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