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두 차례 출석요구 모두 불응했다"...내란특검, 김건희 부정청탁 의혹 추적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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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외환 의혹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갈등이 격돌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검찰 수사 개입 논란이 맞물리면서 정치권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최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된 김건희 여사에게 두 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 특검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두 차례 모두 응하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형사 재판 진행과 김건희특검 피의자 조사 일정, 김 여사의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신병 확보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조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전략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한 상태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 측 청탁을 받고 검찰 인사를 통해 수사 라인을 교체하거나, 김 여사 관련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이 의심하는 핵심 대목은 지난해 5월 검찰 인사다.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김창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검사, 고형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4차장검사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이 한꺼번에 교체되며 이른바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특검팀은 이 인사 배경에 김 여사 관련 검찰 수사 무마 청탁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도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검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시점과 인사 변동 시점을 대조하며, 김 여사 측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 여사와 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라는 취지로 문의한 메시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대화가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창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보고받은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관련 수사보고서를 김 여사에게 전달한 정황도 새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보고 내용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전날 김건희특검팀으로부터 압수수색 형식으로 김 여사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메시지에 대한 박 전 장관의 답변 내용과 수사 상황 보고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해제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디지털 포렌식은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특검팀은 비밀번호 해제 방식과 절차를 검토하면서, 기기 내 저장된 메신저 대화와 통화 기록, 파일 전송 내역 등을 폭넓게 분석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란·외환 의혹 수사와 별개로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부정청탁 및 수사개입 의혹이 더해질 경우 정국이 한층 더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검찰 인사와 수사 라인 교체 의혹이 구체화할 경우 검찰 독립성 논란과 맞물려 여야 공방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특검 수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건희 여사 간 대화 내용, 검찰 수사보고서 전달 여부, 검찰 인사 경위 등을 축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팀은 관련자 추가 소환 여부와 함께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란·외환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연결 고리를 추적할 계획이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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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조은석특별검사팀#박성재전법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