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리 인하 이끌 적임자 평가”…트럼프, 해싯 차기 연준 의장 기용설에 월가 촉각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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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 워싱턴D.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경제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월가의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번 인선 논의는 내년 5월로 예정된 파월 의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싯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호하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구현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해싯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정책 설계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로, 백악관 내부에서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

트럼프 경제참모 해싯, 차기 연준 의장 유력…월가 “금리 인하 기대”
트럼프 경제참모 해싯, 차기 연준 의장 유력…월가 “금리 인하 기대”

연준 의장 인선은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연준은 기준금리와 자산매입을 통해 경기·물가·고용을 조정하는 핵심 통화당국인 만큼, 차기 의장의 성향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 달러 가치, 신흥국 자본 흐름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저금리 정책을 강하게 요구해 온 만큼, 이번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우호적인 인사를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인사에서 막판까지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린 전례를 들어, 아직 인선이 굳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과거 참모진·각료 인선 과정에서 여론과 내부 추천을 뒤집는 선택을 하며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지는 결정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해, 시장의 추측이 계속될 여지를 남겼다. 공식 발표 전까지는 복수의 후보가 경합하는 구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해싯 위원장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초기부터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 성장 전략, 규제 완화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며 경제정책 라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그가 연준 의장에 기용될 경우 백악관과 연준 간 정책 공조가 강화되는 한편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월가에서는 해싯의 부상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해싯이 연준을 이끌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완화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회사채 등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인선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 랠리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압축 작업을 맡아온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해싯 위원장을 포함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5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두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정통한 인사들로, 포스트 파월 체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5명의 매우 뛰어난 후보자를 갖고 있으며, 그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에서 차기 연준 의장 단수 후보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발표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인선 발표 시점이 연말 금융시장 흐름과 내년 초 통화정책 기대 경로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의 통화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로 주목된다. 미국의 금리 수준이 글로벌 자금 흐름의 기준 역할을 해온 만큼, 완화 기조 강화는 달러 약세와 신흥국 통화 강세, 자본 유입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인선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증폭되거나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질 경우,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현지 주요 매체들도 이번 인선 구도를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해싯을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설계해 온 인물”로 평가하며, 그가 연준 수장이 될 경우 백악관의 정책 기조가 통화정책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다른 경제매체들도 “차기 의장의 성향이 인플레이션 목표, 고용 중시 정도, 금융규제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미 행정부와 통화당국의 관계 재정립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성장과 고용을 앞세운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연준이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어느 수준까지 우선시할지에 따라 정책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인선이 시장 친화적 방향으로 마무리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한층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가격 거품과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누구를 최종 낙점할지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발표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포스트 파월 시대 글로벌 금융질서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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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해싯#연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