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패스트트랙 폭력 정당화 안 돼"…민주당, 벌금형 이장우 직격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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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다시 달아올랐다. 국회 회의장 점거와 의원 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온 이장우 대전시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대전지역 여야가 판결의 의미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장찬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두 건을 합쳐 벌금 7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에 대해 각각 600만 원, 150만 원의 벌금을 명했다.

이장우 시장을 포함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6명은 2019년 4월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됐다. 당시 여야는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며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판결을 강하게 비판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번 판결은 어떤 정치적 명분으로도 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심판이 내려진 것"이라며 "그 결과 대전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장우 시장의 그간 태도를 문제 삼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시당은 "이 시장은 패스트트랙 폭력행위를 민주주의 투쟁이라며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언어로 불법을 미화하려 한 행태는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민주당 대전시당은 법원의 유죄 판단을 근거로 사과를 요구했다. 시당은 "법원이 불법을 명확히 인정한 만큼 이 시장은 즉각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직자로서 남은 마지막 도리"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장우 시장의 정치적 책임을 전면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같은 판결을 두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으며 맞섰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논평에서 "재판부가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죄 선고 자체보다는 당시 행동의 동기를 재판부가 고려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재판부는 당시 소수 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또 이 사건으로 누구도 의원직이나 지자체장 직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형량과 후속 정치적 타격의 수준을 부각해 판결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어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사건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리는 논리도 제시했다. 시당은 "유죄가 난 것은 아쉽지만 당시 오히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법원의 질타도 있었다"며 "지금도 계속되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 등을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이 유지된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강대강 입법 충돌 구도를 다시 환기하는 발언이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법원의 판결을 물리력 정치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며 이장우 시장의 도덕성과 책임 문제를 제기한 반면,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정치적 항거의 정당성 일부가 인정됐다며 방어에 나섰다. 같은 법원 판단을 두고 양측이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지역 정치권 공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향후 항소 여부와 상급심 판단에 따라 이장우 시장의 정치적 부담과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시정 운영은 물론, 내년 총선·지방선거 구도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정치권은 패스트트랙 충돌 판결을 둘러싸고 한동안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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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더불어민주당대전시당#국민의힘대전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