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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로 병원 패러다임 전환…삼성서울, 대통령 표창 첫 수상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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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축으로 한 지속가능경영이 의료 서비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제조·금융 중심으로 전개되던 ESG 경쟁이 병원으로 확산되면서, 탄소·폐기물 감축뿐 아니라 환자 경험과 의료진 근무 환경까지 통합 관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삼성서울병원의 대통령 표창을 병원 ESG 경영이 제도권에서 공식 인정받은 분기점으로 보고, 향후 디지털 헬스와 정밀의료 등 IT 기반 의료 혁신과 맞물려 의료·바이오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촉발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1회 국가품질경영대회 국가품질특별상 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병원업계가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품질경영대회는 1975년 시작된 국내 최고 권위의 품질 경영 진흥 행사로, 까다로운 서류 심사와 현장 평가를 거쳐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개인과 기관을 선정한다.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 ESG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병원 운영 전반을 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재설계해 왔다. ESG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2023년부터 ESG보고서를 발간하며 전략과 성과를 정량·정성 지표로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다. 특히 제조·금융 중심으로 설계된 일반 ESG 지표로는 병원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의료 서비스에 특화된 ESG 지표를 자체 개발해 내부 관리와 대외 확산에 나선 점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도는 이미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2023년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종합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와 지속가능보고서상 두 부문을 동시 수상했다. 의료 서비스 품질과 병원 운영 시스템을 ESG 관점으로 구조화한 사례로, 이후 다른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의료기관 ESG 전략 수립의 참조 모델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환경 영역에서는 폐기물 저감과 자원 순환 구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에는 상급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전 빈소로 확대했다.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사용량이 높은 공간이어서, 다회용기 전환만으로도 상당한 폐기물 감축 효과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과 시립병원 3곳, 총 37개 빈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다회용기 도입 이후 459톤의 일회용 쓰레기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 현장 내부에서도 분리배출 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 수술실, 병동, 검사실 등에서 의료폐기물과 일반 폐기물을 구분 배출하도록 교육과 안내를 강화하고,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2024년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2023년 대비 23퍼센트 줄어든 791톤 감소를 기록했다. 의료폐기물은 일반 폐기물보다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큰 만큼, 병원의 탄소·자원 관리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지역사회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암 경험자가 2022년 기준 약 26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생존 이후 삶의 질은 의료 시스템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은 암환자의 신체·정신·경제적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2024년 암환자 삶의질 연구소를 설립했다. 진료 데이터와 설문, 생활정보를 결합해 암환자의 일상 복귀 전략을 연구하고,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과 연계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의료진 근무 환경 개선도 ESG 전략의 축으로 삼고 있다. 특히 3교대 근무로 인한 피로와 이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간호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는 간호 인력 운영을 기술·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환자 안전과 간호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여지가 있다. 병원 내부에서는 근무 형태 다변화가 장기적으로 인력 수급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동반 성장 전략도 펼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외 병원의 진료 역량, 운영 시스템, 환자 안전 체계를 함께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네트워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S-CARES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컨설팅·데이터 기반 성과 관리 등을 포함해 협력 병원의 진료 수준과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의료기술과 데이터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역량 강화는 국내 의료 공급망 전체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ESG 경영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를 넘어 향후 정밀의료, 디지털 치료제, 스마트병원 인프라 구축과 같은 IT·바이오 융합 프로젝트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폐기물·인력 관리 등 비임상 영역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돼야 첨단 의료기술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도 대학병원과 메디컬 센터가 ESG 성과를 투자 유치와 국제 협력의 핵심 지표로 내세우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친환경 병원과 따뜻하고 안전한 병원, 공정한 병원을 병원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국민 건강과 지역사회 보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병원업계 최초 대통령 표창을 계기로 더 많은 의료기관이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기반의 정밀한 성과 관리와 투명한 공시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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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국가품질경영대회#esg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