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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에 건보 빅데이터 연동…질환별 진료 통계 한눈에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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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빅데이터가 포털 검색과 결합하며 생활 밀착형 정밀의료 인프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검색창에서 질환 정보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실제 환자 수와 진료비 수준까지 표준화된 통계로 제공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공 의료데이터와 민간 플랫폼이 결합한 이번 모델을 향후 보험 설계, 디지털 치료제, 예측 진단 서비스로 이어지는 데이터 기반 의료 생태계 전환의 신호탄으로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네이버와 협업해 질환별 환자 수와 진료비 등 대국민 진료 통계 서비스를 새롭게 개시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에서 실제 검색량이 높은 관심 질환 가운데 건보공단 빅데이터로 분석이 가능한 125개 질병을 우선 선정해 표준화된 통계 형태로 개방한 것이 핵심이다.  

이용 방식은 단순하다. 사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질병명을 입력하면, 질환에 대한 기본 임상 정보와 함께 건보공단이 집계한 국민 의료이용 기반 통계가 함께 노출된다. 제공 항목은 크게 환자 통계와 비용 통계로 나뉜다. 환자 통계는 연령대별 진료 실인원, 남녀 성비 등을 포함해 실제 의료 이용 규모를 보여준다.  

 

건보공단은 환자 수를 2024년 기준 건강보험 가입자 중 해당 질환으로 실제 진료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동일인이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도 한 명으로 계산한 연간 실인원으로 산출했다. 이를 통해 질환 유병 양상을 연령층별로 비교하거나 성별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진료비 통계는 1인당 연간 총진료비를 외래와 입원으로 구분해 평균과 범위를 제시한다. 통계 산출 기준은 총진료비이며, 최근 5개년도 데이터를 연속으로 제공해 시간에 따른 비용 추세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는 질환별 평균 진료비 수준과 연도별 증감 흐름을 살펴보며 향후 의료비 부담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총진료비 항목에 이용 형태별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면 실제 환자가 부담하게 될 금액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정보 가치가 크다. 건강보험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이용자도 검색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통계 수치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본인부담 추정에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입장벽을 낮춘 셈이다.  

 

이번 서비스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대규모 의료데이터와 민간 검색 플랫폼의 접점을 넓힌 민관 데이터 협업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공의료 빅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이슈로 인해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는데, 질환 통계를 비식별·집계 형태로 가공해 네이버 검색 환경에 탑재함으로써 데이터 활용 폭을 넓혔다.  

 

비슷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공 보건당국이 질환별 통계를 대시보드 형태로 공개하고, 일부 민간 검색 서비스와 연계해 질병 정보 검색시 지역별 유병률이나 예방 접종률 데이터를 함께 제공한다. 다만 검색 포털 안에서 건강보험 재정 기반의 진료비 통계까지 연동한 사례는 제한적인 만큼, 국내 시도는 공공데이터 활용 방식 측면에서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의료 현장과 산업계에서는 이번 서비스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험 상품 설계, 신약 개발 전략 수립에도 간접적인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떤 연령대와 성별에서 특정 질환의 환자 수가 얼마나 분포하는지, 진료비가 어느 구간에서 집중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향후 예방 중심 건강관리 서비스나 고위험군 타깃 케어 프로그램 설계의 기반 데이터로 쓰일 여지가 있다.  

 

다만 실제 임상 의사결정이나 개인 재무계획에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리스크 분석과 전문가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병존한다. 현재 제공되는 정보는 집단 수준의 평균과 분포에 해당하는 만큼, 개인별 생활습관, 동반질환, 급여 기준에 따라 실제 부담액은 달라질 수 있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된 규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제거한 집계 통계만 노출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의료 정보 보호 원칙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이 의료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개별 환자를 특정할 수 없는 통계 수준에서의 개방이 현실적인 타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향후 유전자 정보나 생활 패턴 데이터 등 민감도가 높은 정보와 결합될 경우 별도의 규제 정비와 윤리적 검토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번 협업을 공공데이터와 민간 기술이 결합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이 일상 속에서 공신력 있는 건강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자 중심으로 개방하고 활용 범위를 넓혀 국민 건강정보 접근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검색 기반 질환 통계 제공을 출발점으로, 향후에는 지역별 의료 접근성, 예방 접종률, 만성질환 관리 지표 등 다양한 지표가 단계적으로 결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와 민간 플랫폼의 활용 역량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경쟁력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실제 시장 서비스로 얼마나 확장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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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네이버#건강보험빅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