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벌거벗은 세계사서 지옥의 얼굴 소환”…사후세계 판도 뒤흔든 믿음의 역설→오늘 밤 숨멎 궁금증
밝은 조명을 받은 강연 무대 위, 박승찬 교수의 첫 질문이 객석 곳곳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그가 이끄는 대화 속에서 사후세계 ‘지옥’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가 아닌,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불안과 상상이 빚어낸 집합적 산물임이 한 겹씩 드러났다. 금요일 저녁, ‘벌거벗은 세계사’는 이처럼 인간의 심연과 맞닿은 지옥의 탄생 순간을 세밀하게 포착해냈다.
박승찬 교수는 이 날 강연을 통해 “지옥은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꺼냈다. 불꽃, 얼음, 육체적 고통, 끝없는 어둠 등 수많은 이미지는 집단적 두려움이 만들어낸 상징임을 진단한다. 단순 처벌의 공간을 뛰어넘어 사회적, 종교적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한 지옥의 역사는 정치와 믿음의 경계에서 점차 진화해갔다. 실제로 교회 권력과 사회적 균형이 맞물릴 때마다 지옥을 둘러싼 설명 방식은 치밀하게 바뀌었고, 때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이어 출연한 이영준 신부는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바라보는 지옥 개념을 대비하며, 단일하지 않은 사후세계 해석의 폭을 보여줬다. 세부 교리의 차이가 불러오는 신앙적 감정과 상상력의 결은 시청자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김혜림 도슨트는 ‘단테의 신곡’부터 미켈란젤로의 그림까지, 예술과 시대정신이 맞물려 완성된 지옥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해설한다. 예술에 새겨진 지옥의 그림자는 각 시대가 마주한 현실의 고통과 구원, 그리고 인간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됐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이처럼 사후세계가 현실과 맞닿으면서 우리 안에 미묘하게 잔재해온 두려움의 정체에 다가갔다. 인문학적 깊이와 범사회적 시선을 한데 담아낸 박승찬 교수의 강연, 그리고 이영준 신부, 김혜림 도슨트의 다각적 해설은 시청자에게 믿음과 이성 사이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문으로 남았다.
한편, 박승찬 교수와 함께하는 ‘벌거벗은 세계사’ 220회 ‘미지의 사후세계, 지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편은 오늘 밤 10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