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만4000석 빈 객석 앞에서 노래했다”…日 하마사키 아유미, 中 공연 취소 속 무관중 콘서트 감행 파장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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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30일, 중국(China) 상하이에서 일본(Japan) 인기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콘서트가 관객 없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정황 속에서 무관중 무대가 성사되며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이 문화 교류 영역까지 파급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중국 내 이른바 한일령 분위기와 맞물려 동북아 문화·관광 교류의 향방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11월 30일 본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하이 공연장이 텅 빈 채로 진행된 무관중 콘서트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1만4000석의 빈 좌석이지만 전 세계의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공연 중 하나였다”고 적으며 현장에 관객은 없었지만 예정된 무대를 그대로 소화했음을 전했다. 이어 “이번 무대를 위해 중국과 일본의 스태프들, 밴드 멤버, 댄서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혀, 대규모 인력과 준비가 이미 집행된 상태에서 관객만 빠진 공연이었음을 강조했다.

하마사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하마사키 아유미 인스타그램

이 같은 무관중 콘서트가 향후 콘서트 실황 DVD 제작과 판매를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추측도 이어진다. 실제 관객 입장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연 실황을 남겨 팬들과 공유하려는 차선책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제작사 측의 구체적 계획이나 배포 방식 등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상하이 공연을 단 하루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공연 취소 소식을 올렸다. 당시 하마사키 아유미는 “갑작스럽게 공연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전하며,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을 위해 노력해 온 스태프들과 댄서, 밴드 멤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혀 준비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사과했다.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절절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그 외 여러 나라에서 모인 1만 4천여 명의 팬들을 직접 만나 사과할 기회조차 없는 상태로 공연이 취소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어이가 없다”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어 “정말 죄송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적어, 취소 결정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사안임을 시사했다.

 

하마사키 아유미의 공연 취소를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한일령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빠르게 확산됐다. 중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관광·문화 교류를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는 인식과 맞물려, 대형 일본 아티스트의 공연이 막판에 무산된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중국 측에서 공연 취소 사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실제 배경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정치적 맥락을 둘러싼 논란은 일본 정치권의 최근 발언과도 연결된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언급한 뒤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발언 이후 중국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 영화 상영 제한 조치 등을 내놓으며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이 같은 조치가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중국과 일본 현지에서 동시에 제기된다.

 

중국 내 한일령 분위기는 이미 여행과 유학, 영화 산업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여행사와 항공사는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부 중국 연예인과 반대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 아티스트들 역시 활동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하마사키 아유미 공연 취소와 무관중 콘서트는 그 상징적 사례로 언급된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 관계 경색이 한류와 재패니즈 팝컬처 등 동아시아 문화 교류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내 한류·일류 팬덤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온 만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공연, 페스티벌, 드라마·영화 상영, OTT 콘텐츠 유통 등에 연쇄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China)과 일본(Japan) 양국 정부가 문화 교류를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덤 규모가 큰 한·일 아티스트들의 중국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면, 글로벌 투어 일정과 수익 구조, 아시아 음악 시장의 중심축에도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분석에서는 이번 사안을 미중 패권 경쟁과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변화 속에서 나타난 부차적 파급효과로 해석하며, 정치·안보 갈등이 문화·관광 영역으로 확산되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마사키 아유미가 공개한 무관중 공연 실황이 향후 어떤 형태로 팬들에게 공개될지, 또 중국 내 이후 공연 재개 여부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논란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동아시아 대중문화계는 이번 공연 취소와 무관중 콘서트가 중국과 일본 간 문화 교류, 나아가 역내 여론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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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사키아유미#중국#일본